北, '김정은 테러 시도' 주장 이어 주민 분노 부각…왜?

입력 2017-05-07 17:02   수정 2017-05-07 17:09

北, '김정은 테러 시도' 주장 이어 주민 분노 부각…왜?

"태평양 밑으로 굴 뚫어 美 폭파" 다짐도 나와…내부결속용인 듯

위상 회복 노리는 김원홍의 조작 가능성도 제기돼

(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기자 = 북한은 국가보위성이 지난 5일 "한·미 정보기관에서 김정은에 대한 테러를 시도했다"고 주장한 이후 연일 각종 매체를 통해 주민들의 '분노'를 소개하며 증오 분위기를 확산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 노동신문은 7일 1면에 게재한 '국가보위성 대변인 성명에 접한 천만 군민의 분노의 목소리'란 제목의 글에서 북한군 장성, 보위성 장교, 당 간부, 광부 등을 내세워 한국과 미국을 맹비난했다.

북한군 장성 리덕송은 "우리 장병들은 악의 본거지들을 죽탕쳐버릴(짓이겨버릴) 멸적의 시각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제 놈들은 우리 식의 반테러 타격전, 정의의 소탕전의 진맛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특히 검덕광업연합기업소 금골광산 광부 고경찬은 "태평양 밑으로 착암기로 굴을 뚫어서라도 미국이라는 땅덩어리를 아예 통째로 발파해버리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조선중앙방송과 대외용 라디오인 평양방송도 이날 함흥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김일성종합대학 교직원 등을 내세워 "미제와 남조선 괴뢰 패당과는 그 어떤 타협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전날인 6일에도 조선중앙TV와 중앙방송 등을 통해 주민들의 '분노의 목소리'를 잇따라 전하며 대미·대남 적개심을 고취했다.

북한이 이처럼 보위성 대변인 성명을 계기로 연일 주민들의 분노와 적개심을 부추기는 것은 미국의 대북 압박에 중국까지 공조해 나서는 등 열악한 국제적 환경에서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장철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외부에서 최고지도자에 대한 테러를 시도했다는 주장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분노를 외부로 돌리고 김정은 체제에 대한 충성과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의 방첩기관인 국가보위성이 주장한 '김정은 테러 시도' 사건을 놓고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이거나 최소한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북한 보위성은 5일 대변인 성명에서 한·미 정보당국이 러시아에 파견됐던 북한의 임업 노동자 김모 씨를 매수하고 그를 '테러범'으로 변신시켜 생화학물질 등을 이용한 김정은 암살을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대북 소식통은 "한·미 정보기관이 북한 외교관도 아니고 김정은에게 접근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개 해외 파견 노동자에게 김정은 암살 임무를 주었다는 것은 전혀 상식에 맞지 않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해당 벌목 노동자가 러시아 현지에서 한국 사람들을 만났을 수는 있다"며 "한국 사람과 접촉한 혐의로 체포된 노동자에게서 '김정은 테러를 시도했다'는 부풀려진 진술을 받아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가보위성의 전신인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최고 수뇌부 암살 시도', '국가전복 시도' 등의 사건을 발표한 적이 있다.

북한 보위부는 2013년 10월에 밀입북 혐의로 체포한 한국 선교사 김정욱 씨에 대해 국정원과 내통했다며 북한 형법의 국가전복음모죄, 간첩죄 등을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지금까지 억류하고 있다.

보위부는 또 2015년 3월에도 억류 중인 한국 국민 김국기·최춘길 씨를 기자회견장에 세우고 "미국과 괴뢰 정보기관의 배후 조종과 지령 밑에 비열하고 음모적인 암살 수법으로 최고 수뇌부를 어째 보려고 날뛴 테러분자들"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이번 '김정은 테러 시도' 사건은 최근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집중 검열로 위상이 땅바닥에 떨어진 김원홍과 보위성이 김정은의 신임을 받기 위해 준비한 시나리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김원홍 국가보위상은 4월 15일 열린 김일성 생일 105주년 기념 열병식 주석단에 등장하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다른 간부들과 달리 김정은과 악수도 못 한 채 외면당해 눈길을 끌었다.

yoon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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