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최근 발생한 강원 동해안 산불로 영농 자재를 보관하는 창고와 집이 잿더미로 변하면서 주민들이 깊은 시름에 빠졌다.
7일 오후 찾은 강원 강릉시 성산면 관음리 일원에서는 소방대원과 군 장병이 잔화 정리에 종일 구슬땀을 흘렸다.
횡성군에서 달려온 119구조대원은 불씨가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이는 시설물에 물을 뿌리며 불씨가 살아나지 않도록 안간힘을 썼다.
인근 공군 부대에서 출동한 군 장병도 잿더미로 변한 주택을 찾아 불씨가 숨어 있는 곳은 없는지 살피며 잔화 정리작업을 도왔다.
일부 주민은 산불로 검게 타버린 산기슭 인근의 밭을 찾아 쟁기를 붙잡았다.
하지만 일부 주택에서는 아직 불길이 꺼지지 않아 매캐한 연기를 계속 토해냈다.
주민들은 농사철에 고라니 피해를 막기 위해 창고에 보관해온 고라니 망이 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치 폭격을 맞아 전쟁터처럼 주저앉은 주택에서는 무너진 기왓장에서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일가족이 애지중지 보관해온 장독대도 불길에 터져 버렸다.
6일 밤을 성산초등학교에서 보낸 이재민들은 이날 잿더미로 변한 자신의 집과 비닐하우스 주변을 맴돌며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산불 발생 초기에 경보가 울리지 않아 주민들은 가재도구 하나 꺼내지 못하고 맨몸으로 빠져나와 농기구나 농자재 창고는 돌아볼 틈조차 없었다.
들판에 심을 농작물을 담기 위해 보관해온 플라스틱 포트는 녹아버렸고, 이식할 배추 모종 등은 뜨거운 열기에 타버렸다.
특히 최근 가뭄이 계속되는 가운데 산불 피해까지 본 주민은 물 공급 시설이 불길에 피해를 보면서 식수나 농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주민은 먹는 물이나 라면조차 없는 실정에 구호품으로 전해준 치약·칫솔, 가스레인지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탁상행정'을 질타했다.
주민 김용구(59) 씨는 "최근 가뭄으로 작물이 크지 않고 있는데 대형 산불까지 발생해 올해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산불 피해를 본 주민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임시 컨테이너나 먹는 물을 지원해 주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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