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중진국 함정에 이미 빠졌다…경제 L자형 3∼5년 지속"

입력 2017-05-08 10:37  

"中,중진국 함정에 이미 빠졌다…경제 L자형 3∼5년 지속"

쉬샤오녠 교수 "中 거시정책 고장…부동산에 자금 쏠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의 저명 경제학자가 중국 경제의 L자형 추세가 앞으로 3∼5년간 계속될 것이라며 중국이 이미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8일 홍콩 봉황망에 따르면 쉬샤오녠(許小年)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 경제금융학 교수는 최근 선전(深천<土+川>) 혁신발전연구원에서 강연을 통해 "뭘 투입하더라도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엔 움직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0년말에는 100위안(1만6천400원)을 투자하면 GDP가 새롭게 40∼50위안(6천600∼8천200원) 늘어났는데 지금은 7위안(1천100원) 증가하는 데 그치며 자본 한계수익이 제로(0)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중국이 이미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다고 판단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중진국의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이 중진국 단계에서 성장동력 부족으로 선진국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1인당 GDP 5천∼1만달러 수준에서 경제성장이 장기간 둔화돼 정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제조업 분야의 임금인상이 시작되고 사회 불평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중국이 중진국 함정의 문턱에 서 있다는 진단이 계속 제기된 바 있다. 중국의 2015년 1인당 GDP는 7천990달러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 입장에서 중진국 함정은 반드시 거쳐야 할 문제지만 언제 지나갈지, 지나간 뒤 어떻게 더 좋게 발전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쉬 교수는 "중진국 함정은 중국의 거시정책이 고장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부가 지난 몇년간 통화 확장으로 경기진작에 나섰지만 그 결과는 경제가 실질보다는 허상을 향해 나아가면서 실물경제가 아닌 부동산 투기에 자금이 몰리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쉬 교수는 미국 메릴린치증권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과 세계은행(WB) 고문을 거친 경제학자로 진솔하고 통찰력 있는 경제진단으로 정평이 높다.

그는 "중국 정부가 지난 몇년간 자본 투입을 줄이지 않았는데도 GDP 증가율이 계속 둔화한다는 것은 자본의 한계수익이 체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가격 폭등과 위안화 가치 절하를 피하기 위해 중국은 올 하반기에도 계속 통화 긴축 정책을 이어나갈 것이며 이에 따라 중국 경제는 앞으로 3∼5년간 L자형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들어섰는지에 대해서는 중국 학계에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자오시쥔(趙錫軍) 중국 인민대 재정금융학원 부원장은 쉬 교수의 의견에 동조하며 "중국 경제가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에 진입한 뒤 L자형 단계에 들어서 경제구조 조정, 산업 고도화, 신산업 육성 등 문제를 극복해야 하는데 이들 문제는 1∼2년 사이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왕쥔(王軍)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부장은 "중국은 막 개도국에서 벗어나 중진국 수준으로 진입한 상태에서 위로 올라갈지, 아래로 내려갈지, 주변에서 배회할지는 아직 시간을 두고 검증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경제성장률이 몇년 사이에 낙관적이지는 않았지만 현재 인구 증가율이 GDP 증가율보다 느리기 때문에 1인당 GDP의 증가엔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쉬 교수는 앞으로 중국경제가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공급측 개혁도 산업정책보다는 공정한 경쟁환경 구축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에 따라 사유재산권 보호, 국유경제 범위 축소, 규제완화, 전면 감세 등 4대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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