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내년 초 1만2천km 떨어진 남극해서 빙산 예인 계획 착수
100만 명 5년분 식수 공급, 관광자원, 사막 녹화할 비구름 효과 기대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석유와 모래의 땅 중동 국가들이 1970년대부터 꿔온 꿈, 남극의 거대빙산을 끌어다 세계에서 가장 순수한 물을 식수로 쓴다는 계획이 이번엔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까?
아부다비, 두바이 등 7개 부족국으로 구성된 아랍에미리트(UAE)의 컨설팅 업체 NABL이 남극해에서 거대한 빙산을 UAE 해안으로 끌어다 식수로 이용하고 부수적으로,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하면서 가능하면 비를 뿌려 사막을 녹지화할 수 있는 소기후변화도 기대해보는 'UAE 빙산 계획'을 내년 초 시작한다고 현지 영문 매체 걸프뉴스가 최근 보도했다.
NABL 고위 관계자는 이 계획에 회의론이 있는 것은 잘 알지만, 이미 타당성에 대한 모의실험을 통해 빙산 수송로를 비롯해 각종 기술·재정 변수를 검토한 결과 빙산 예인에 1년이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정확한 수송 거리를 밝히진 않았으나, 구글 지도상 남극에서 UAE 해안까지 거리는 1만2천600km에 이른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빙산은 80%가 물속에 잠겨 있고, 물 밖으로 드러난 부분은 백색 얼음이어서 햇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쉽게 녹지 않는다.
지난 2011년 라이브사이언스닷컴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과학자 조르주 모갱은 그린란드 부근 북극해에 떠 있는 700만t짜리 빙산을 아프리카 북서 해안 카나리아 제도까지 예인하는 모의실험에서 높이 12m의 섬유 차단막을 빙산 주위에 두르면 빙산이 바닷물에 녹는 것을 상당히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평균적인 거대빙산엔 100만 명이 5년 이상 마실 수 있는 물이 200억 갤런(757억 리터) 들어 있기 때문에 UAE 해안에 끌어다 놓고 얼음 조각을 떼어내 녹여서 저장시설에 두고 사용하면 물 부족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NABL은 기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UAE 해안에 떠 있는 거대한 빙산은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도 제격이며, 차가운 거대빙산이 아라비아 해 연안의 뜨거운 공기와 접촉하면 수증기가 상승하면서 응결돼 비구름을 만들어 사막에 비를 뿌리게 될 것이라고 NABL은 보고 있다.
NABL은 사우디아라비아 남쪽의 루브 알 칼리 사막의 녹화를 위해 '공터 채우기 계획'을 추진 중인데, 빙산 예인은 이 계획의 일환이기도 하다. NABL은 페르시아만 건너편에 있는 파키스탄의 강물을 페르시아만 해저송수관을 통해 이 사막으로 끌어들이는 구상도 최근 발표했다.
y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