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궈타이밍 차기대선 주자 급부상…트럼프와 '양T' 회담 계기

입력 2017-05-08 12:08  

대만 궈타이밍 차기대선 주자 급부상…트럼프와 '양T' 회담 계기

국민당은 영입 준비…"대만 정치·경제에 혁신의 길 제시할 것"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대만 최대 재벌인 궈타이밍(郭台銘) 훙하이(鴻海·폭스콘) 그룹 회장이 오는 2020년 대만 총통선거에 출마할 대선 주자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홍콩 아주주간 최신호는 최근 궈 회장이 미국 백악관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면담을 가진 뒤로 궈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아시아 지역의 두번째 기업가 출신 최고지도자가 될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매체들도 궈 회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분석하는 글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진행되는 대만 국민당 주석 선거전에서도 궈 회장 영입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주석 선거에 나선 하오룽빈(학龍斌) 전 타이베이시장은 7일 가오슝(高雄)에서 열린 정견 발표회에서 궈 회장을 2020년 국민당의 대선 후보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훙슈주(洪秀柱) 현 주석은 "어떤 사람도 배제하지 않는다. 우리와 이념이 같고 이길 수만 있다면 배제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대만 시보주간(時報週刊)이 최근 실시한 차기 대선 여론조사에선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과 궈 회장이 대결할 경우 35.7%가 궈 회장을, 24.2%가 차이 총통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진당 지지세가 강한 젊은 층이나 남부지역에서도 모두 궈 회장의 지지도가 더 높았다.

궈 회장이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한 계기는 지난달 30일 궈 회장이 백악관을 두 차례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밀담을 나누며 대만의 대표 지도자로 각인시킨 일이 계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차이 총통이 인터뷰를 통해 제의한 2차 전화통화 제안을 거부한 대신 궈 회장과 만남을 갖고 폭스콘의 미국 투자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대만에서는 '테리 궈'라는 영문명을 가진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양T회(會)'를 가졌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에 따라 차이 총통에 불만을 가진 재야 세력들이 궈 회장을 중심으로 재결집하는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앞으로 대만 정국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궈 회장이 대선 출마를 본격화할지는 분명치 않지만, 평소 정치에 적잖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궈 회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은퇴 후 3가지 소망으로 회고록을 저술해 폭스콘 성공비결을 공개하고, 운동선수를 육성해 올림픽 금메달을 따오겠다는 목표와 함께 작은 섬을 사 도주(島主)로서 자기가 꿈꾸는 완벽한 정치제도를 실행해보겠다는 꿈을 제시한 적도 있다.

궈 회장은 또 "정치는 식물 같고 경제는 동물 같다"고 설파하며 "경제는 살아 뛰어 움직이지만, 정치는 제자리에 머물기만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언젠가 정치가 뛰게 되거나, 또는 경제와 함께 움직이게 되면 앞으로 대만과 중화 세계는 새로운 모습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찌감치 사내에서도 차기 총통선거에 출마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만 언론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개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소식이 전해진 직후 고위 간부회의를 소집해 임원들에게 자신이 대권을 잡는 데 대한 생각을 물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궈 회장을 대선에 내보내자는 주장은 당초 국민당 진영에서 먼저 나왔다. 왕젠쉬안(王建煊) 전 감찰원장은 3년 전 "내가 국민당원이라면 궈 회장을 초빙해 총통 선거에 내보내겠다"고 한 바 있다.

유명 변호사 천장원(陳長文)도 "국민당에 대담한 건의를 하고 싶다. 4년 후 궈타이밍을 국민당 대선 후보로 뛰게 하자. 그의 경영능력과 개인매력을 이용해 이 쇠락한 정당을 혁파하고 어려움에 처한 대만에 새로운 국면을 열게 하자"고 주장했다.

시사평론가 리옌추(李艶秋)는 트럼프 당선 후 페이스북에 트럼프와 궈 회장의 공통점을 언급하면서 "두 사람은 모두 돈과 능력, 그리고 담력과 식견 등 소질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궈 회장은 대만에서 사고를 전환해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했다.

아주주간은 폭스콘의 최근 대미투자 진척 상황을 소개하며 궈 회장이 미·중 사이에서 대만의 새로운 활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주주간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하고 미국이 제조업 부활로 들어서는 현시점에서 폭스콘은 제조에서 서비스, 채널로 방향을 전환하며 미·중 양강의 경합 구도에서 새로운 수익 방정식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궈 회장이 남록(국민당-민진당) 대립, 과거사 논쟁 구도를 탈피, 대만 정치에 새로운 혁신의 길을 제시해 트럼프의 후예로서 기업인 출신의 대만 총통이 된다면 대만과 양안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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