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무기제공 부인…나토 비회원국 통해 유입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시리아에서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참여하고 있는 시리아 쿠르드계가 미군의 첨단 전투장비로 무장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미 군사 전문 매체 밀리터리타임스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밀리터리타임스는 시리아의 IS 최후 거점 락까를 압박하고 있는 쿠르드계가 미제 야간투시경, 소총, 첨단 광학 장비 등 미군 특수부대와 미군이 훈련하는 외국 특공대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장비로 무장돼 있다고 전했다.
약 900명의 미군 고문단이 쿠르드·아랍 연합군을 지원하고 있는 시리아 북부에서는 미군이 가장 신뢰하는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가 작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나토 우방인 터키는 YPG를 테러단체로 간주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시리아 내 일부 제휴 세력들을 러시아제 AK-47 소총 등으로 무장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YPG에는 어떤 무기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다.
밀리터리타임스는 민감한 미군 무기들이 어떻게 YPG의 특공부대인 YAT 수중에 들어갔는지 미군 관계자들에게 물었으나 애매한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 관계자는 밀리터리타임스에 이들 무기가 "다른 공급원들에 의해, 다른 방법으로" YPG 측에 제공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매체에 따르면 시리아 북부에서는 약 4만 명의 YPG 병력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예 특공부대인 YAT의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백 명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미군 장비로 무장한 YPG 특공대 사진은 지난 3월 말 락까 서쪽에 있는 탑카 진격 작전 당시 소셜미디어에 처음 등장했다. 첨단 전투 헬멧과 디지털 무늬 위장군복, 파타고니아 방한복, 방탄복, 구급 상자 외에도 M4 라이플 등이 포함됐다.
밀리터리타임스는 미제 야간 투시 장비의 경우, 민병조직이 아닌 승인된 국가에만 판매가 허용된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이들 장비가 YPG 수중에 들어가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면서 암시장을 통해 흘러들어 갈 수도 있고, 이라크군 시설이 2014년부터 IS에 넘어가면서 도난당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국제정책센터의 세스 바인더 연구원은 YPG를 무장시키는 것이 금지돼 있다고 국방부가 주장하지만, 미 중앙정보국(CIA)이나 합동특수작전사령부(SOCOM)에 대해서는 그 같은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SOCOM 대변인도 미제 소총용 광학 장비와 투시경 등이 다른 시리아 반군 단체들에 제공된 사실은 인정했지만 어떤 단체인지 특정하지는 않았다.
밀리터리타임스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쿠르드계와 함께 전투에 참가한 두 서방 자원자들을 인용, 야간투시경과 기타 민감한 미군 무기가 우크라이나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비회원국들을 통해 YPG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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