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롭다는 건 알지만 영농철엔 일해야…마스크 쓰기도 어려워"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미세먼지가 몸에 해롭다는 것은 뉴스를 들어 알죠? 그렇다고 한창 바쁜 철에 들녘에 안 나가고 어떻게 합니까?"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매화2리 김지규(57) 이장의 푸념이다.
연일 전국에 미세먼저 경보 및 주의보, 오존 주의보가 발령되면서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영농철을 맞은 농촌 지역 주민들은 미세먼지와 오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농촌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요즘 농촌 마을에서는 모내기 준비와 고추, 고구마 등 밭작물 심기 등으로 일손이 바쁘다.
이로 인해 주민들은 미세먼지 주의보 등에도 연일 들녘에서 종일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지규 이장은 "시청에서도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고 문자가 오고 하지만, 농사일이라는 것이 때가 있는데 미세먼지 많다고 어떻게 일 안 하고 집에만 있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 사람들은 실내에서 생활하거나 외출할 때 마스크라도 쓰지만, 농촌에서야 들일 하면서 어떻게 마스크를 착용하겠느냐"며 "미세먼지가 몸에 안 좋다고 하지만 마스크 쓰고는 일을 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이장은 "우리 마을에도 나이 많은 분들이 상당수인데 최근 호흡기 등이 좋지 않다고 말하며 병원 다니는 분들이 적지 않다"면서 "그래도 농촌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안성시 삼죽면 배태리 한 주민(58)도 "미세먼지 해롭다는 것을 왜 모르겠느냐"면서도 "하지만 어쩌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요즘이 농촌에서는 모내기 준비와 밭농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미세먼지고 뭐고 일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주민은 "뉴스에서는 외출을 가급적 자제하라고 하는데 안 그래도 지금 가뭄 때문에 물을 확보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에 어떻게 한가롭게 건강 생각하며 외출을 자제하겠느냐"고 밝혔다.
도내에서는 지난 2일에 이어 6∼8일 연일 미세먼지 또는 초미세먼지 경보 및 주의보가 발령됐다.
1∼3일에도 곳곳에 오존주의보가 내려졌다. 올 첫 오존주의보는 지난해보다 16일이나 빨라진 것이다.
안성시보건소 김현자 건강증진과장은 "최근에 병·의원들을 모니터링 해 보면 농촌 지역 호흡기 질환자들의 내원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며 "보건소에서도 농촌 지역 주민들의 미세먼지 또는 오존 관련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워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홍보는 하고 있는데 농민들이 현실적으로 외출을 자제하거나 마스크를 쓰고 일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그렇더라도 건강 보호를 위해 어린이와 65세 이상 호흡기 질환 주민에게 마스크를 보급하려고 4천여만원의 예산 편성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k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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