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 콘퍼런스서 발언…러시아도 "내년 이후까지 연장 논의 가능"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유철종 특파원 =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가 올해 하반기로 연장될 수 있으며 내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8일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이날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 석유·가스 콘퍼런스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오는 25일 OPEC 총회를 앞두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몇몇 국가들이 감산 합의의 6개월 연장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OPEC의 리더인 사우디의 석유장관이 내년까지 연장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알 팔리 장관은 "(감산) 참가국들과 접촉을 가진 결과, 합의가 하반기는 물론 그 이후까지 연장될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고 밝히면서 "OPEC은 원유 재고를 5년 평균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OPEC 국가와 러시아 등 11개 비(非)OPEC 산유국은 지난해 말 전체 산유량을 하루 최대 180만 배럴씩 6개월간 줄이기로 합의하고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미국의 셰일원유 생산량이 늘어나자 시장에서는 OPEC이 감산을 통한 가격 지지에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미국의 산유량은 2015년 이후 최고수준을 가리키고 있고 원유 가격은 지난해 11월 합의가 타결된 이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상태다. 다만 미국의 재고는 3월 말 사상 최고점을 찍은 이후 4주에 걸쳐 줄어드는 추세다.
알 팔리 장관은 부정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석유시장은 저점을 찍었던 지난해 이맘때보다 개선되고 있다고 말하고 시장이 곧 균형을 되찾아 "건전한 상태'로 돌아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상 원유 비축분이 줄어든 데다 미국의 재고가 하락 추세를 지속하고 있고 중국과 인도의 수입 증가 등에 힘입어 글로벌 원유 수요는 안정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수요 증가분이 하루 2천만 배럴 정도이며 유전의 자연 감소도 감안한다면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이 아무리 신속하게 늘어난다고 해도 이 수치를 줄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달 초 OPEC 회원국인 UAE는 감산 합의가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하반기로 연장돼야 한다고 촉구했고 비OPEC 국가로서 감산에 협력중인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노박 석유장관도 감산 합의의 연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노박 장관은 8일에도 2017년 이후의 감산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현재 국제 원유 시장 안정화를 위한 (OPEC과 비OPEC 산유국들의) 공동 노력을 효율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현재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감산 기간을 더 늘리는 것이 시장의 건강한 상태 회복을 촉진시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들이 유가 하락을 초래할 내년 1분기 생산량 증가를 막기위해 오는 6월까지인 감산 합의를 9개월 또는 그 이상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OPEC과 원유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8일 오후 2시 24분(한국시간) 현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25% 오른 배럴당 46.80달러에, 브렌트유는 1.34% 오른 배럴당 49.76달러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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