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오리무중'…양심적 병역거부제는 어려울 듯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19대 대통령으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됨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의 '숙원'이던 헌법기구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권위가 줄기차게 주창해왔던 군인권보호관 제도 시행도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입법예고 10년만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가능성도 있다.
◇ 헌법기구화·군인권보호관제 '파란불'
이성호 인권위원장은 그간 수차례 인권위가 헌법기구가 돼야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고, 인권위에 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서든 적대적인 정권이 들어서든 차질없이 일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예를 들어 필리핀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인권위를 무력화하고자 하고 있지만, 헌법기구여서 버틸 수 있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와 같은 인권위와 이 위원장의 바람은 문 후보의 당선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문 당선인은 후보 시절인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개헌 의견청취를 위한 개헌특위 회의'에 나와 "국가인권위원회를 헌법기관으로 만들어 인권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마침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거나 아니면 정치체제를 아예 내각제로 바꿔야 한다는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이루고 있는 상황인 데다 문 당선인 스스로 내년 초 국회에서 개헌안을 통과시키고 내년 6월 국민투표에 붙이자고 제안하는 등 구체적인 일정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인권위가 공을 들여온 군인권보호관 제도 시행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군인권보호관 제도는 이미 2015년 말 제정돼 지난해 6월30일 시행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 규정됐지만, 실제 시행되지는 않았다.
문 당선인은 이달 초 인권단체 군인권센터의 공약 제안서에 답하면서 군인권보호관 제도 시행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
법령에 근거가 있는 제도이므로 시행하는 데 있어 걸림돌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 '동성애' 등 차별금지법은 '노란불'
인권위가 2007년부터 10년간 제정을 촉구해온 '차별금지법' 문제도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커졌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입법예고됐지만, 차별해서는 안 되는 사유로 '성적지향'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보수 개신교계 등 반발을 사 아직 제정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문 당선인은 후보 시절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질의에 "다양한 형태의 차별과 배제를 금지하는 법·제도를 마련하겠다"고 원칙론적인 답변을 한 바 있다.
다만 문 당선인은 명시적으로 어떤 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따라서 실제 인권위가 제안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서도 찬성할지는 속단할 수 없다.
특히 문 당선인은 후보 시절 TV 토론에서 경쟁 후보의 '동성애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반대한다'고 답해 성소수자 단체의 성토 대상이 됐고, 동성혼 법제화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문 당선인과 인권위가 원칙론적으로는 같은 방향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 당국에 변화를 촉구하고 남북대화 시 인권문제의 의제화를 추진한다거나 이산가족·납북자·국군포로 등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과 접촉을 추진하겠다는 문 당선인의 공약은 인권위가 제시한 인권과제와 일치한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과거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한 전례 등으로 볼 때 북한인권을 놓고 인권위와 문 당선인 간 '온도차'가 있을 수도 있다.
◇ 양심적 병역거부제는 '빨간불'
문 당선인과 인권위가 이견을 보이는 인권 이슈도 있다.
인권위는 차기정부 인권과제에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상 대체복무제'를 포함했으나 문 당선인은 대체복무제 자체는 수용하겠으나 병역거부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문 당선인은 병역거부자가 더 긴 복무기간 등을 감수한다면 대체복무제를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병역거부를 권리로서 인정하지 않고 징벌적 성격의 대체복무제 실시를 제시하고 있다"며 "유엔 인권이사회 등 권고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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