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북미대화 중재로 '제2의 오슬로 평화협정' 모색하나

입력 2017-05-09 06:56  

노르웨이, 북미대화 중재로 '제2의 오슬로 평화협정' 모색하나

이스라엘·PLO 역사적 협정 도출…필리핀 정부·공산반군 협상도 진행

(오슬로=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북한 당국자와 미국의 북한 관련 민간전문가 간 만남인 '트랙 1.5 대화'가 8일 6개월 만에 재개된 가운데 왜 양측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만나게 됐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과 제3국에서 대화할 경우 주로 북한 공관이 있는 지역을 선호했다.

작년 10월 트랙 1.5 대화가 열렸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가 그렇고, 작년 11월 접촉 장소인 스위스 제네바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번에 트랙 1.5 대화가 열린 노르웨이에는 북한 공관이 없다.

북한과 노르웨이는 지난 1973년 상호 외교관계를 수립했고, 북한은 그해 8월 노르웨이에 상주공관을 개설했으나 1991년 4월 경제사정으로 오슬로 대사관을 폐쇄·철수했으며 지금은 스톡홀름에 있는 스웨덴대사관에서 겸임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북한이 북유럽 국가 중 한 곳에서 미국 측 관계자들을 만난다면 여러 면에서 스웨덴이 더 우선하여 고려됐을 법하다.

그런데도 노르웨이 오슬로가 북미 간 트랙 1.5 대화 장소로 선택된 배경에는 국제 평화 이슈에 대한 노르웨이의 적극적인 관심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노르웨이는 지난 1993년 9월 13일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야세르 아라파트 의장이 양측의 오랜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 역사적인 오슬로 평화협정을 체결한 곳이다.

이 협정은 팔레스타인에 독립국 건설을 허용하는 대신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투쟁을 포기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최근에는 1968년부터 시작돼 50년간 이어지고 있는 필리핀 정부와 남부의 공산 반군 간 평화협상을 중재하고 있다.

오슬로의 외교소식통은 "노르웨이 오슬로는 노벨평화상을 시상하는 곳으로, 국제 평화와 분쟁 해소에 대한 관심과 해결 의지가 세계 어느 곳보다 높다"면서 "이번에 북미 간 트랙 1.5 대화 장소를 제공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이번 대화는 지난 3월 초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순 발생한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북한 당국이 개입된 화학무기 암살테러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취소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열리게 된 것이다.

또 노르웨이는 중재자로서 분쟁을 해결하는 데 있어 대외적으로 널리 홍보하기보다는 '은밀한 접근법'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 정부는 이번 북미 간 '트랙 1.5 대화'에 대해서 "북한 측 참석자들에게 비자만 발급했고, 양측의 대화 진행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 행위로 북한과 미국 간 긴장이 높아지고,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위기론이 커지는 가운데 '조용한 평화 중재자'를 자임하는 노르웨이의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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