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와 달리 지정된 곳에서만 가능…투표소 잘못 찾기도
오전 투표 개시 전부터 수십명 대기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서울 투표소에서는 투표 개시 전부터 수십명의 시민들이 줄을 서는 등 뜨거운 투표 열기를 보였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으나 오후 들어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유권자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장년·노년층이 많았던 아침과는 달리 청년·중년 유권자들의 비율이 높아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후 2시 현재 투표율은 59.9%로 제18대 대선 때의 같은 시각 투표율보다 7.3%포인트 높다.
수유3동 제1투표소가 마련된 강북구청에는 유모차를 끌거나 아이 손을 잡고 투표소를 찾는 젊은 부모들이 많이 보였다. 시민들은 엄마와 할머니 손을 잡고 아장아장 투표소로 향하는 여자아이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임신중인 아내와 세 살과 네 살 두 자녀를 대동하고 온 회사원 김정수(35)씨는 "이제 석달 뒤면 셋째가 태어난다"면서 "다자녀 아빠로서 몸에 와닿는, 실제로 느낄 수 있는 육아지원이나 보육정책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내와 아들, 네 살 손자와 함께 온 최모(70)씨는 "칸이 작아서 조심조심 도장을 찍었다"면서 한동안 웃은 뒤 "대통령한테 크게 바라는 것 없다. 그저 우리 손자가 살기 편안한 세상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온 안은솔(19·여)씨는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대통령을 뽑기 위해 이자리에 나왔다"면서 "학생들이 좀 편하게 살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주거지 한복판에 있는 송파구 오금주민센터 오금동 제1투표소에도 가족단위 유권자들이 몰려 대기 줄이 10m까지 늘어났다. 투표를 마친 젊은 신혼부부들은 주민센터 입구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홀로 투표소에 온 한모(30·여)씨는 "투표를 잘 못해서 그 추운 날 우리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와야 했던 것 아닌가"라면서 "이번에는 국민들의 의견을 잘 듣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았다"고 말했다.
투표 개시 시각인 오전 6시에 이미 수십명이 줄을 서는 등 아침부터 투표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서울 강북구 우이동 제1투표소인 우이동주민센터에는 개시 시각에 이미 40여명의 시민들이 대기 줄을 섰다.
신분증을 들고 졸린 눈을 비비며 기다리던 시민들은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될지를 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함께 온 가족이나 지인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투표관리관이 "지금부터 2017년 5월 9일 실시하는 제19대 대통령선거 우이동 제1투표소의 투표를 개시하겠습니다"라며 투표 개시 선언을 하자 기다리던 시민들이 차례로 투표소 안으로 들어갔다.
유권자들은 차례차례 투표용지를 건네받고 기표소로 들어갔다. 유권자들 얼굴에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다는 자부심과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아홉 살 아들과 함께 왔다는 김영훈(47)씨는 "한국은 아이들이 마음껏 놀기 힘든, 안전하지 못한 사회"라면서 "차기 대통령은 아이들이 살기 좋은 나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후보를 정했다"고 힘줘 말했다.
'부의 상징'으로 불리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A동 1층 로비에 마련된 도곡2동 투표소에서도 아침부터 시민들이 몰렸다.
베이지색 계열의 대리석 바닥에 환한 조명이 쏟아져 마치 호텔 같은 느낌을 주는 투표소에는 4명의 주민이 로비 의자에 앉아 투표 시작을 기다렸다.
노년의 남편과 불편한 거동으로 투표장에 온 A(84·여)씨는 "안보관이 투철한 후보를 뽑았다. 안보가 무너지면 나라가 흔들리는데,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생애 첫 투표라는 대학생 유모(20)씨는 "지금 부모님 형편이 어렵지는 않지만 이러한 유복한 삶이 이어질 것이란 보장이 없고 결국 기득권이 독점하는 현 사회 구조를 완화해 두루두루 잘 사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미래 세대에 불평등을 해소하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았다"고 말했다.
4∼5일 시행된 사전투표와는 달리 이날 본투표는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할 수 있다. 투표소를 제대로 알아두지 않아 발걸음을 돌리는 시민도 눈에 많이 띄었다.
우이동주민센터를 찾은 환경미화원 김석준(37)씨는 "투표 마치고 다시 일하러 가려 했는데 투표소를 잘못 찾았다. 사전투표처럼 어느곳에서든 투표할 수 있는 줄 알았다"며 황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수유3동 제1투표소 투표사무원 허모(40)씨는 "스무명에 한명 꼴로 잘못 찾아오시는 분이 있다"면서 "사전투표가 너무 홍보가 잘 돼서 헷갈린 것 같다"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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