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10대 후반에 맞닥뜨린 암을 극복하고 미국 프로야구(MLB) 스타 플레이어로 거듭난 시카고 컵스 간판타자 앤서니 리조(27)가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금고를 열었다.
시카고 루리 어린이 병원은 8일(현지시간) "컵스 1루수 리조가 350만 달러(약 40억 원)를 기부했으며, 이 기부금으로 암 투병 중인 어린이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2종의 기금을 조성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된 리조의 등번호 44번을 딴 '희망 44'(Hope 44) 기금은 소아암 환자 치료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가족들을 선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병원 측은 이날 발표와 동시에 7만5천 달러를 필요 가정에 지급했다며 병원비는 물론 주거비용과 식비, 전문 의료진의 2차 소견을 받기 위한 여행 경비, 보험료 등에 쓰였다고 밝혔다.
또 '앤서니 리조 가족재단'의 '어린이 삶'(Child Life) 기금은 소아암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불안과 슬픔을 위로해주고, 치료과정에서 오는 예기치 못했던 변화들과 사회적 편견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어린이 삶 지지 전문가'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병원 측은 이 기금이 전문가 2명의 급여 전액을 감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조가 컵스로 이적한 2012년 이후 루리 어린이 병원에 기부한 금액이 총 400만 달러(약 46억 원)를 넘었다"고 전했다.
리조는 "암 투병 경험자로서, 암 진단이 환자와 가족에게 불러오는 정서적 재정적 부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암은 환자 한 사람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맞서 싸워야 하는 일"이라며 "극한의 상황에서 싸우는 암 환자 가족들을 돕고자 기금을 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카고 도심에 있는 288개 병상의 대형 병원 루리 어린이 병원은 고마움의 표시로 18층 대기실에 '앤서니 리조 가족 재단'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리조는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2008년 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조기 발견된 덕분에 6개월에 걸친 항암 화학요법(키모테라피)으로 완치됐으나 소아암 환자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과 가슴은 크게 달라졌다.
2011년 메이저리거로 승격된 후부터 소아암 지원 단체에 꾸준히 기부하기 시작했고, 2012년에는 암 연구와 암 투병 환자들을 돕기 위한 '앤서니 리조 가족재단'을 설립했다.
루리 어린이 병원 '어린이 삶 지지 전문가' 루라 카스텐슨은 리조가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환자와 가족들을 위로해왔다며 "올 때마다 큰 피자 파티를 열고 장난감을 나눠준다. 어린이들에겐 산타 같은 존재"라고 전했다.
사회복지사 멜 라마그나는 "짧은 시간이지만 어린이 환자들과 가족들은 병도 잊고, 왜 병원에 잊는지도 잊고, 마냥 행복해한다"고 덧붙였다.
리조는 2014년 브랜치 리키 어워드를 수상했다. 1991년 제정된 이 상은 메이저리그 선수와 관계자 가운데 사회 공헌도가 높은 이를 매년 1명씩 뽑아 수여하는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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