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존중받는 사회 만들려면 정치적 권리 보장돼야"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제19대 대통령선거 본 투표가 진행된 9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옆 길거리에 투표소 한 곳이 설치됐다. 이곳에서는 어른들이 주지 않은 '한 표'를 스스로 만들어 행사하는 청소년들의 모의투표가 실제 투표와 마찬가지로 오후 8시까지 이뤄진다.
한국YMCA전국연맹 등이 참여한 '청소년이 직접 뽑는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 운동본부'는 이날 서울을 비롯해 전국 30곳에서 모의투표를 진행한다. 운동본부에 따르면 홈페이지를 통해 약 5만명의 청소년이 자신을 '유권자'로 등록했고 이중 1만8천여명은 지난 4∼5일 온라인 사전투표를 마쳤다.
광화문 모의투표소는 청소년들의 '발랄함'이 가득한 축제의 장이었다.
줄을 서서 신원확인을 받은 다음 기표소에 들어가 14명 후보 중 1명을 택해 이름 아래 네모 칸에 도장을 꾹 눌러 찍고 남이 볼세라 꼭꼭 접어 투표함에 넣는 모습은 여느 투표소와 다름없지만 "청소년 참정권을 확대하라"는 외침에 시끌벅적했다.
모의투표를 마치고 뿌듯한 표정으로 서로 '인증샷'을 찍어주는 청소년들 모습은 흥겹기까지 했다.
김상천(15)군은 "실제 선거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돈이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든다는 후보에게 지지를 전하고자 모의투표에 참여했다"면서 "투표권은 국민이면 가져야 할 기본권으로 대상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과 흑인에게 참정권이 생기면서 이들의 인권이 향상됐듯 청소년이 참정권을 가져야 청소년 인권·복지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정치권이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참정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건우(16)군은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잘 관리할 수 있을 것 같은 후보에게 표를 줬다"면서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것도 의미 있지만 청소년들이 올바른 의식을 가지도록 사회문제에 대해 잘 가르쳐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YMCA전국연맹을 비롯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시민단체와 민주청소년연대 등 청소년단체는 모의투표소 옆에서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선언문을 내어 "대부분 나라가 선거연령을 만 18세 또는 그 이하로 설정한 데 반해 한국은 20여년째 계속되는 선거연령 하향 요구에도 아직 19세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청소년의 목소리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려면 선거권과 피선거권 등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가 확대·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10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18세 선거권 공동행동 네트워크' 소속 청소년들은 이날 전북 군산시 투표소를 중심으로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출 것을 요구하는 피켓팅을 벌였다.
군산서흥중학교에 마련된 군산시 흥남동 제4투표소에서 피켓팅을 벌인 김기쁨(17)양은 "투표소를 찾은 어른들이 선거연령 하향을 지지하며 응원을 보내줬다"면서 "18세면 스스로 의사를 결정하기 충분한 나이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