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계파 넘는 '광폭영입'으로 과감한 영토확장…고비마다 '깜짝카드'
수시로 '삼고초려' 5년 전보다 적극적…'대탕평' 원칙 지켜질까 주목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정권교체는 강물이 흘러 바다에 도달하는 것인데, 자기 물로만 가면 시냇물밖에 안된다."
5·9 대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경선 도중 TV토론에서 ''캠프 인사 가운데 보수정권에서 일한 인사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같이 응수했다.
실제로 문 당선인의 용인술에는 이념이나 편견에 갇히지 않고서 능력을 최우선으로 삼아 인재를 등용하는 '탕평 리더십'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여기에는 문 당선인을 비롯한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일각의 '폐쇄성' 지적에 대한 적극적 방어의 의미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문 당선인이 이후 국가의 분열을 극복하고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탕평' 용인술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참여정부 시절부터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첫 국세청장으로 개인적 인연이 전혀 없던 관세청장 출신의 민주당 이용섭 의원을 발탁한 것도 그의 작품이었다.
문 당선인은 자서전인 '문재인의 운명'에서 "이 의원은 우리와 전혀 인연이 없었고 나하고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며 "그는 나중에 연줄이 전혀 없는데도 발탁된 것을 신기해했다"고 회고했다.
두 번의 대선을 거치면서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콘셉트 역시 '용광로 선대위'였다.
문 당선인은 2012년 대선 당시 당내 경선에 나서면서 "당의 후보가 되면 모든 계파를 녹인 `용광로 선대위'를 만들겠다. 시민사회도 함께 아우르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대선에서는 준비 초기 단계부터 "더 넓어지겠다"고 선언하면서 그야말로 광폭 인재영입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선 캠프 구성 단계부터 친노·친문 직계들의 참여를 최소화한 대신 '박원순맨'으로 알려졌던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영입해 최측근인 비서실장직을 맡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였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을 영입했고, 8·27 전대 이후 친문그룹과 관계가 편치 않았던 송영길 의원에게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겼다.
경선 승리 후 공식 선대위를 출범하면서도 이런 폭넓은 인재영입은 계속됐다.
경선 최대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의원멘토단장이었던 박영선 의원을 합류시켜 통합정부추진위원장직을 맡겼으며, 이재명 성남시장 측에서 선거운동을 벌인 이종걸 의원 역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두 의원은 당내에서 '비문(비문재인)' 그룹을 대표한다는 점에서도 한층 눈길을 끌었다.
문 당선인의 이런 '탕평 용인술'은 국면을 주도하기 위한 '깜짝 카드'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다양한 인재들을 고르게 품을 수 있는 면모를 보여주며 '준비된 지도자'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에서도 안철수 당시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 국면에서 지지율이 정체국면에 들어서자 최측근인 친노 9인방을 퇴진시키는 등 '읍참마속' 하는 대신, 캠프 문턱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도 각계각층 인사를 폭넓게 끌어들이며 '인재영입 릴레이'를 벌였고, 이들은 '더벤저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5년 전에 비해 인재를 영입하는데 한층 적극적이 됐다는 점도 특징이다.
문 당선인은 최근 윤영찬 네이버 부사장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본부장으로 영입할 때도, 탈당설까지 제기됐던 박영선 의원의 마음을 돌릴 때에도 '삼고초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를 떠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영입하기 위해 그가 운영하는 식당을 수시로 찾았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이날 대선 승리로 총리부터 내각, 청와대 비서진까지 새로 인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문 당선인이 이런 용인술을 이어가면서 본인이 공언한 '탕평 인사'를 해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국회가 여소야대로 구성된 만큼 초기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국민통합을 위한 탕평인사가 국정운영의 열쇠가 되리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아울러 문 당선인은 일단 인재를 발탁하면 큰 흐름을 맡겨두는 스타일로 알려져, 누가 문 당선인과 함께 초기 정부를 이끌어갈지에 한층 이목이 쏠리고 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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