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이 시신이라도 확인하고 싶다"…애끓는 부모 심정

입력 2017-05-10 02:28   수정 2017-05-10 08:58

[르포] "아이 시신이라도 확인하고 싶다"…애끓는 부모 심정

中웨이하이 韓유치원 차량 화재 참변…형체도 알수없는 시신

(웨이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아침에 뽀뽀해주고 잘 다녀오라고 꼭 안아줬었는데…"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의 한 터널에서 유치원 통학버스 화재로 참변을 당한 S군의 아버지 이정규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9일 밤 사고 대책본부가 차려진 창웨이(長威)호텔 로비에서 만난 이 씨는 "아이들이 사고의 조짐을 먼저 알고 있었던 듯하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아침에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옷 입혀주는데 아이가 '버스가 뜨겁다'고 하면서 유치원에 안 가겠다고 떼쓰는 걸 겨우 달래서 보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씨를 비롯해 피해자 가족들은 꿈에도 생각 못 할 황망한 사고에 몸서리치고 있었다.

감히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슬픔에 잠겨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웨이하이에 새로운 터전을 잡고 기업 주재원으로 또는 자영업자로 살아오던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부부들이었다. 부모들끼리는 한 집 건너 모두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한다.

희생된 아동의 부모들은 대부분 웨이하이 고기술개발구에 거주하는 30대 중반 또는 40대 초반이었다.

이들에게는 사고를 당한 자녀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화재 사고의 참혹함을 아는 주변 교민들은 이들 유족이 신원확인 과정에서 또다시 겪을 충격에 가슴 아파했다.

결국, 유족들은 이날 밤늦게 나온 DNA 검사 결과에 따라 시신이 안치된 웨이하이 빈의관으로 가 마지막으로 신원을 확인했다.

그러나 화재로 출입구가 막힌 상태에서 꼼짝없이 버스 안에서 죽음을 맞아야 했던 탓에 아이들의 시신은 심하게 훼손돼 육안으로 분별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빈의관에서는 "최소한 내 아이 시신이라도 확인하고 싶다"는 절규가 터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에 다녀온 김종유 웨이하이 한국인회 회장은 "차량이 완전히 전소돼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상태"라며 "유류품으로만 신원확인이 가능할 것 같다"고 전했다.

중국 공안이 사고 현장인 타오자쾅(陶家광) 터널의 교통을 차단하고 진입로도 완전히 봉쇄하고 있어 사고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다.

타오자쾅 터널은 웨이하이의 구도심과 신개발지를 잇는 간선도로에 있다. 통학버스는 구도심에서 거주하던 유치원생들을 태우고 신개발지에 있는 유치원으로 향하던 길에 변을 당했다.

현장을 막고 있던 공안은 "고위층에서도 이번 사건의 처리를 중시해 현재 베이징에서 법의학자를 초빙해 현장 조사를 벌이는 중"이라며 진입 통제의 이유를 설명했다.

자신을 후(胡)씨라고 소개한 현지 시민은 현장을 지나치던 중국인들이 사진이나 영상만 찍고 돕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중국인들 역시 이번 사고에 모두 가슴 아파한다"며 "화재진압을 직접 돕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곧바로 소방서와 공안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측이 파악한 사고경위는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 통학버스가 전방의 쓰레기 수거차량과 충돌한 직후 버스 앞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전방의 차량 기사가 신고해 5분 만에 소방차와 공안이 현장에 출동했다.

이후 차량 정리에 7분의 시간이 소요돼 오전 9시 12분부터 진화작업이 시작됐고 오전 9시27분 화재가 진압된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하이시 외사판공실 양즈웨이(楊志偉) 주임은 "차량 통행이 많은 아침 시간이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사람들이 구조에 참여하려 했다면 오히려 혼잡 때문에 화재진압이 더 어려워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이번 사건을 고도로 중시하고 철저한 사고 조사를 지시한 만큼 산둥성과 웨이하이시 정부가 총력을 다해 사건 처리에 매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대선이 치러지는 날 낯선 중국 땅에서 일어난 참변에서 세월호의 아픔이 떠올려진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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