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600여명, 고인 마지막 길 배웅…현충원 순직공무원 묘역에 안장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동료의 영정 앞에 서니 원통함에 말문이 막히고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강원 삼척 산불을 진화하다 산화한 고(故) 조병준 산림항공 검사관의 영결식이 열린 10일 전북 전주 삼성장례문화원에 추도사가 울려 퍼졌다.
영정 앞에 모인 600여명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누구도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그의 아내와 중학생 외동딸, 어머니, 아버지만이 목놓아 조씨의 이름을 애가 닳도록 불렀다.
하늘에선 빗방울이 떨어졌고, 누구 하나 우산을 쓰지 않은 채 조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당신은 당장에라도 영정 속에서 걸어 나와 언제나처럼 환하게 웃음 지을 것 같은데…."
조씨의 동료는 울음을 꾹 참으며 추도사를 이어갔지만, 고인의 어머니는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생전에 조씨가 끔찍이 아꼈던 중학생 딸도 결국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아빠, 가지 마세요"라고 되뇌며 흐느꼈다.
유가족 뒤로 착석한 동료들도 하나둘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훔쳤다.
조씨의 한 동료는 "고인이 장례식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빈소를 지켰다"며 "눈물이 마를 법도 한데 조씨의 영정만 보면 자꾸 눈물이 난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과 남편, 아버지를 떠내 보낸 가족의 비통함을 감히 헤아리지 못하겠다"고 울먹였다.
영결사와 추도사가 끝나고 유가족은 헌화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들은 조씨의 초상이 있는 단상에 올라서려고 힘겨운 발걸음을 뗐다.
아내와 딸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의 영정 앞에 국화 한 송이를 놓았다.
그리고 영정을 보고 통곡했다.
조씨의 어머니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더니 "아들아, 우리 아들아. 먼저 가면 이 어미는 어떻게 사니"라며 오열했다.
이후 장의위원장을 맡은 신원섭 산림청장과 그의 동료들이 차례로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동료들은 저마다 기도를 올리며 생전의 그를 회상했다.
사고 헬기에 조씨와 함께 탑승했던 조종사와 부조종사는 영결식에 차마 참석하지 못했다.
이들은 전주의 한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마친 뒤 전날부터 정상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청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서 살아남은 둘은 차마 숨진 조씨의 얼굴을 볼 낯이 없어 영결식에 오지 못한 것 같다"며 "동료만 홀로 하늘로 보냈다는 죄책감과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결식을 마친 유가족들은 조씨의 영정을 들고 운구차에 올랐다.
운구차는 조씨의 근무지였던 익산 항공관리소와 자택을 들른 뒤 국립대전현충원으로 향했다.
조씨는 순직자로 인정받아 현충원 순직공무원 묘역에 안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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