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절반의 중국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한반도 북부와 만주 지방을 다스렸던 발해는 926년 거란족이 세운 요나라에 의해 멸망했다. 고려 성종 때인 993년에는 거란족 장수 소손녕(蕭遜寧)이 대군을 이끌고 평안도 청천강까지 침입하기도 했다.
거란은 우리나라 역사에 자주 등장한 민족이지만, 알려진 사실은 많지 않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족(漢族) 중심으로 역사를 기술하다 보니 소수민족은 원나라를 건국한 몽골이나 청나라를 세운 여진 정도만 조명을 받았다. 한족은 오랑캐를 뜻하는 '호'(胡) 자를 쓸 정도로 주변 소수민족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중국 민족사학 연구자이자 작가인 가오훙레이(高洪雷)가 쓴 '절반의 중국사'(메디치미디어 펴냄)는 거란을 비롯해 흉노, 돌궐 등 오늘날 중국 국경 내에서 살았던 19개 옛 소수민족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그는 "역사학자 대부분은 중원 왕조의 흥망성쇠만 기록하고 여러 소수민족에 대해서는 가끔 언급해왔다"고 설명한 뒤 "현재 중국에 살고 있는 50여 개 소수민족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고 말한다.
중국의 소수민족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등장한 민족은 흉노다. 기원전 3세기에 진시황은 흉노의 공격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 축조를 명했고, 한나라도 강성한 흉노에 위협을 느꼈다.
저자는 문학 작품과 고사성어를 인용해 흉노가 진나라와 한나라를 짓밟고, 흉노를 계승한 것으로 알려진 훈족이 4세기 유럽에 넘어가 민족 대이동을 촉발했던 500여 년의 역사를 옛날이야기처럼 소개한다.
이어 흉노의 동쪽에서 활동해 '동호'(東胡)로 일컬어진 유목민족인 '오환'과 '선비', 당나라 때 중앙아시아 위구르 지역에 나타난 '회골', 티베트를 지칭하는 '토번' 등을 차례로 다룬다.
역사서에 나오는 중국 소수민족 이야기를 한 권에 집약해 놓았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저자 역시 중화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한계다. 그는 흉노에 관해 기술하면서 "날쌔고 사나운 신체와 기동력 있는 전법을 갖춘 이들은 일시를 풍미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궤멸과 융합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역자인 김선자 연세대 중국연구원 전문연구원도 티베트와 위구르 등 일부 지역의 역사 서술에서는 오류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1천44쪽. 4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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