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하고 새로운 내각이 꾸려짐에 따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금호타이어 인수 기회가 올지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19일 트위터 등 SNS에 "금호타이어가 쌍용자동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그는 "향토기업인 금호타이어 상황을 바라보는 호남인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금호타이어는 광주, 곡성, 평택에 공장이 있고 3천8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일터"라면서 "금호타이어 매각은 단순히 금액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새 정부의 경제부총리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이용섭 전 의원 역시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비상경제대책단 경제현안 점검회의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은 국익,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금호타이어를 중국기업인 더블스타가 인수하는 데 우려를 나타낸 바 있는 만큼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고 한발 뒤로 물러나 있는 박 회장에게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더블스타와 3월 13일 9천550억원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 회장은 채권단이 컨소시엄 구성을 불허하자 "불공정한 매각절차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산업은행은 4월 25일부터 더블스타와 매각협상을 진행 중이며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문제 ▲채무 만기 연장 ▲정부 인허가 등 선결 요건이 해결되면 더블스타가 대금을 치르고 금호타이어의 새 주인이 된다.
박 회장이 이를 손 놓고 두고 볼 리 없다고 재계에서는 입을 모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9년 말 유동성 위기로 붕괴했다.
박 회장은 그룹 재건을 목표로 정ㆍ재계, 문화예술계, 국내외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활동했고, 2015년 말 그룹의 지주사격인 금호산업의 경영권 지분을 7천228억원을 주고 되찾는 데 성공했다.
금호산업만 인수하면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터미널 등 계열사를 모두 가져올 수 있기에 많은 기업이 눈독을 들였지만 본입찰 참여기업은 호반건설 한 곳에 그쳤고, 그마저 채권단 기대에 못 미치는 가격을 내놓아 유찰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의 아버지 고(故) 박인천 회장이 미국산 중고택시 두 대를 사들이면서 사업을 시작해 1948년 광주여객을 설립한 것이 모태였기에 박 회장에게는 이른바 '호남 프리미엄'이 있다.
거기에 화려한 인맥과 수완이 더해지면서 CJ그룹, 효성, 코오롱 등 다른 기업들이 '백기사'를 자처해 박 회장의 손을 잡았지, 입찰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를 두고도 집요하게 장외전을 벌이고 있다. 박 회장은 중국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금호타이어 상표권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금호산업에 있다.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이 박 회장에게 도움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문 대통령이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우려를 나타낸 만큼 경제부총리, 경제수석,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금융위원장, 산업은행장 등 경제라인이 새로 인선되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예컨대, 금호타이어는 현재 우리나라 군에 전투기용과 군용 트럭 타이어를 납품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상 외국 기업이 방산물자 생산 기업을 인수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박 회장은 총리 내정자인 이낙연 전남도지사, 문재인 중앙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으로 활약한 전윤철 전 감사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중앙선거대책위 산하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위원장인 김광두 전 국가미래연구원장은 1998∼2010년 금호석유화학 사외이사를 12년간 지냈다.
반면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에는 박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등 각을 세워온 경재개혁연대의 김상조 소장이 부위원장을 맡았던 만큼 박 회장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목소리가 더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반부패·재벌개혁'을 10대 공약 가운데 하나로 내건 상태다.
더블스타가 채권단과 속전속결로 협상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그만큼 금호타이어 매각에는 '돌발 변수'가 생길 여지가 있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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