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문화원, 부탄 행복명상지도 프로그램 소개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한국 사람들에게 행복은 추상적이고 상대적입니다. '무엇을 한다면 행복할 거야'라고 행복의 조건을 말하죠. 하지만 조건이 아닌 행복 자체를 말해야 합니다."
히말라야에 있는 인구 75만명의 작은 나라 부탄은 국민소득이 3천달러를 넘지 않지만, 부탄 국민의 97%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는 '행복의 나라'다. 부탄은 2010년 유럽 신경제재단(NEF)의 행복지수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7월 부탄을 방문했을 당시 체링 토브가이 부탄 총리와 만나 국민 행복을 논의한 바 있다.
1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만난 윌리엄 리(38) 부탄문화원장은 "부탄인들에게는 기술을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행복이란 과거에 얽매이거나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얼마나 충실하게 마음을 먹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1999년 부탄과 인연을 맺은 윌리엄 리 원장은 부탄 국민의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로 촘촘한 사회복지와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꼽았다.
부탄은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실시할 뿐 아니라 4대 국왕이었던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국왕이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와 민주주의 공화국을 선포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철저하다는 것이다.
윌리엄 리 원장은 "국가가 국민을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면 그 국가 정부의 존재가치는 없다"는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국왕의 말을 인용하며 부탄의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이란 개념에 관해 설명했다. GNH는 문화적 전통과 환경 보호, 부의 공평한 분배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부탄의 국정 운영철학이다.
또다른 행복의 비결은 불교와 명상이다. 불교국가인 부탄은 대승불교의 하나인 금강승 밀교를 따르고 있으며 전 국민이 날 때부터 법명을 받고 명상을 생활화하고 있다.
윌리엄 리 원장은 "부탄에서 불교는 종교라기보다 하나의 생활"이라며 "부탄인들은 불교를 기반으로 한 전통과 문화를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를 풀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행복의 기술로는 '쬐' 수행과 '로종' 수행을 제시했다. '쬐' 수행은 공포와 분노, 두려움 등 감정을 증폭해서 나라는 '아상'(我相)을 발견하고 이를 잘라내는 수행법이다. '로종' 수행은 자신의 마음을 야생동물에 비유해서 애완견처럼 길들이는 방법이다.
부탄문화원은 한국과 부탄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부탄의 행복수행법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한국에서 8주, 부탄에서 8일간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부탄 정부에서 인증하는 부탄행복명상 입문지도사 수료증을 받게 된다.
수행법 강사로 나서는 티베트박물관 관장 현장 스님은 "개인의 행복이란 존재할 수 없다"며 "부탄은 공동체 문화를 중시하고 국왕과 지도자들이 모범을 보이니 국민의 존경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존경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 행복의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자비명상 대표인 마가 스님은 "물질 만능에 찌든 한국인들과 달리 부탄인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지만,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산다"며 "부탄의 행복을 한국에 전하고 싶어서 이번 강좌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의 ☎ 02-518-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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