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협력 거쳐 남북관계 풀 듯…北과 소통채널은 열어야"
"트럼프 동의 얻어 한미 '굿캅·배드캅' 역할 분담 필요"
"사드 배치 결정 과정 검증해보고 입장 정해야"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노무현 정부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역임한 문정인(66) 연세대 명예 특임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미국을 놀라게 할 만한 대북 접촉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 외교·안보 자문 그룹의 좌장격인 문 교수는 1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북한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자제한 대통령 취임사에 대해 "미국과의 협력을 거쳐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새 정부가 미국과의 충분한 조율 없이 남북관계에서 독자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문 교수는 그러나 "북한의 의도도 알아야 할 것이기에 (대북 협상 전문가인) 서훈 국정원장 내정자가 인준되면 대북 물밑 접촉 등을 하고, 그런 다음 공식 접촉을 하고 특사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교수는 또 "우리가 북핵 해결 프로세스에서 '운전석'에 앉으려면 미국, 중국과의 대북정책 조율이 중요하다"면서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간의 '역할 분담론'을 강조했다.
그는 남북 간의 교류·협력을 전면 차단된 상태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의를 얻어서 미국은 '배드캅'(Bad cop, 거친 경찰), 한국은 '굿캅'(Good cop, 온건한 경찰)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굿캅-배드캅' 역할 분담론에 부연해 "트럼프의 대북정책인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는 압박뿐 아니라 관여도 강조했다"며 "우리 정부는 압박에 동조하면서도 관여에 초점을 맞춰서 한미 간의 대북정책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조기 개최'에 양국 정상이 공감한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 '준비된 개최'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우리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면 '푸대접'을 받을 수 있으니 회담 개최 자체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다만 조기에 대미 특사를 파견하는 것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또 북핵 폐기를 위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핵화 협상의 입구에서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를 동결시키고, 점진적으로 핵시설과 핵물질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보유 중인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는, 보다 현실적인 정책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이어 비핵화 협상과 평화체제 협상을 병행하자는 중국의 주장이 문 대통령이 공약한 정책과 유사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문 교수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배치 결정까지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따져 봐야할 것"이라며 그 검증 결과를 보고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대통령이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니까 군사적 유용성이 있는지, 트럼프 대통령의 비용부담 요구대로 '10억 달러'(약 1조 1천억 원)를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며 "사드가 안 되면 한미동맹이 깨질 것처럼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외교안보 자문단의 한 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그룹 좌장 격인 문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인 햇볕 정책과 동북아평화번영 정책 설계에 참여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분야 대외직명 대사 등을 역임했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