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한·중 수교의 주역으로 꼽히는 첸치천(錢其琛) 전 중국 부총리가 9일 베이징(北京)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이 10일 보도했다. 향년 89세.
첸 전 부총리는 외교부장이던 1992년 4월 베이징(北京)에서 이상옥 당시 외무장관과 만나 한중 수교 교섭에 착수했으며 같은 해 8월 24일 수교문서에 공식 서명했다.
첸 전 부총리는 한중 수교 한달 전 북한을 방문, 김일성 북한 주석에게 한중 수교를 알리는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의 구두 친서를 전달했다가 냉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듬해 부총리로 승진한 뒤 1998년까지 외교부장을 겸임했으며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다.
1928년 상하이(上海)에서 태어난 첸 전 부총리는 1942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했으며 1945년 상하이 대공보(大公報)에서 근무하면서 지하 당 활동을 했다.
첸 전 부총리는 1955년 구소련 주재 대사관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뒤 1966년 문화대혁명 기간 하방(下方)됐다가 1972년 복권됐다.
첸 전 부총리는 1988년 외교부장으로 승진한 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유혈 진압 여파로 중국이 외교적 고립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타개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1991년 중·소 국경협정에 서명했으며 같은 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외무장관 회담에 중국 외교관 중 처음으로 참가했다.
첸 전 부총리는 장 전 주석이 집권한 1993∼2003년 외교담당 부총리를 맡아 외교 사령탑 역할을 했으며 1997년 홍콩의 주권 반환과 1999년 마카오의 반환 작업 등을 주도했다.
첸 전 부총리는 홍콩 내 친(親)중국파는 물론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로부터도 합리적이고 일관성 있는 지도자라는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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