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전면 부인…룰라 지지-비난 시위 잇달아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연방법원에 출두해 자신을 둘러싼 부패 의혹과 관련해 진술했다.
룰라 전 대통령의 진술은 권력형 부패수사를 총괄하는 세르지우 모루 연방판사가 근무하는 남부 파라나 주의 주도(州都) 쿠리치바 시에 있는 연방법원 청사에서 5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이날은 룰라가 지난 2009년 상파울루 주 과루자 시에 있는 복층 아파트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대형 건설업체 OAS로부터 뇌물을 받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심문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룰라 측은 아파트 취득과 관련해 어떠한 위법 행위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연방법원 출두에 앞서 쿠리치바 거리에서 지지자들을 만난 룰라는 부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사법 당국의 조사가 구체적인 증거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룰라는 부패와 뇌물수수, 돈세탁 등 혐의로 연방검찰에 의해 수차례 기소됐다. 이후 부패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최악에는 사법 당국에 체포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쿠리치바에는 노동자당 지도부와 당 소속 상·하원 의원들, 좌파 성향의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몰려들어 룰라에 대한 조사를 비난했다. 경찰은 룰라 지지자들을 4천여 명으로 추산했다.
룰라를 부패혐의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도 쿠리치바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연방법원 주변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을 통제했으며, 시내 곳곳에 무장병력을 배치해 시위대 충돌에 대비했다.
한편, 연방법원이 부패혐의를 인정하면 룰라의 2018년 대선 출마가 사실상 좌절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노동자당 지도부 2018년 대선을 룰라 없이 치러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당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룰라가 우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Datafolha)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 결과를 보면 룰라 전 대통령이 29%로 선두를 유지했다. 극우 성향 기독교사회당(PSC) 소속 자이르 보우소나루 하원의원과 환경보호를 앞세우는 정당인 지속가능 네트워크(Rede)를 이끄는 마리나 시우바 전 상원의원이 11%로 공동 2위였다. 모루 판사가 9%로 뒤를 이었고, 우파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아에시우 네비스 상원의원과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시장, 브라질 사상 첫 흑인 사법부 수장이었던 조아킹 바르보자 전 대법원장, 좌파 민주노동당(PDT)의 시루 고미스 대표 등은 5%였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득표율 1∼2위 후보를 놓고 결선투표가 치러지면 룰라는 시우바 전 의원과 모루 판사에게는 패하고, 다른 후보들을 상대하면 모두 승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