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7회말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이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치자,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전광판에 축하 메시지가 떴다.
LG 트윈스 야수진은 공을 삼성 더그아웃으로 보냈다.
이승엽은 10일 대구 LG전에서 개인 통산 3천880루타로, KBO리그 최다 루타 기록을 바꿔놨다. 또 하나의 기념구가 쌓였다.
하지만 이승엽은 웃지 않았다.
최다 루타는 이승엽이 바꿀 수 있는 마지막 KBO리그 통산 기록이다. 그는 이미 홈런(447개), 타점(1천426개), 득점(1천301개) 부문 1위로 올라섰다. 올 시즌을 끝나고 은퇴하는 이승엽이 현실적으로 경신할 개인 통산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10일 최다 루타 기록 경신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리머니는 없었다. 당장 이승엽부터 몸을 낮춘다.
이승엽은 굳은 표정으로 한 시즌을 치르고 있다. 훈련 때나 경기 중에는 활발하게 후배들과 대화하고, 침체한 팀 분위기를 살리고자 하지만 인터뷰 등은 정중하게 고사한다.
스프링캠프 때는 달랐다. 삼성이 캠프를 차린 괌, 일본 오키나와를 찾은 거의 모든 언론이 이승엽과 인터뷰를 청했고, 이승엽은 "전성기 때보다 더 스타가 된 기분이다"라며 훈련 뒤 인터뷰에 응했다.
이승엽의 은퇴는 2017년 KBO리그의 메인 테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였다. 시즌 내내 야구장 곳곳에서 크고 작은 '이승엽 은퇴식'이 열릴 수 있었다.
하지만 팀이 너무 부진하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주위의 시선을 너무 신경 쓰는 사람"이라고 밝힌 이승엽은 올 시즌 초, 개인 기록을 세워도 웃지 않는다.
삼성은 이승엽이 KBO리그 개인 통산 루타 기록을 세운 10일에도 LG와 1-1로 팽팽하게 맞서다 9회 5점을 내줘 1-6으로 패했다.
33경기에서 6승(2무 25패)만 올렸다. 삼성만 너무 처져 있는 터라, 올해 프로야구 순위 싸움 구도를 '3강 6중 1약'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삼성이 조금 더 처지면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승엽이 밝힌 '마지막 시즌 최종 목표'는 "대구 라이온즈 파크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것"이다.
그는 "대구 라이온즈 파크를 홈으로 쓴 지난해에 가을 야구를 하지 못했다. 라이온즈 파크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르면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은 창단 후 최악의 시즌을 치르고 있다.
이승엽의 마음은 무겁다. 이승엽을 바라보는 동료, 구단 관계자들은 미안함에 휩싸인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