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민족주의 성향의 불교도들과 이슬람교도들이 일촉즉발의 대치상황을 연출, 경찰이 총기까지 동원해 충돌을 막았다고 현지 언론이 11일 보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양곤 시내에 있는 이슬람교도 거주지역에 승려들을 포함한 30여 명의 불교도들이 난입했다.
돌멩이 등을 손에 든 이들은 이동이 제한된 로힝야족 이슬람교도들이 불법적으로 숨어들었다고 주장하면서 경찰에 수색과 체포를 요구했다.
더욱이 이들은 경찰이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막무가내로 무슬림 거주지역 진입을 시도했고, 자신들을 막아서는 이슬람교도들과 몸싸움에 주먹질까지 주고받기도 했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공중에 실탄을 발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불교도들이 자신들을 막아선 경찰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에서 이슬람교도들이 몰려들어 양측이 싸우기 시작했다"며 "양측에 자제를 촉구했으나 싸움이 계속돼 총을 쏴 말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지역에서는 최근 급진 불교도들이 이슬람교도들의 종교 행사를 중단하라는 시위를 벌였고, 지난달에는 이슬람사원측이 불법적으로 시설을 증축하려 한다면서 이슬람 학교 폐쇄를 요구하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이슬람교도 단체인 자미앗-울라마-엘 이슬람의 법률자문인 초 니에인은 "정말 가슴 아프고 우려스러운 일이다. 그들은 증거도 없이 분노를 유발하려는 시도였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려 했다"고 말했다.
반면, 극우성향 불교단체인 애국미얀마승려연합 양곤지부의 뚜세이타는 "이슬람교도들이 우리를 각목과 칼로 공격했으며, 경찰은 우리를 짐승처럼 다뤘다"며 SNS에 현장 영상을 올렸다.
불교가 주류인 미얀마에서 소수인 이슬람교도들은 차별과 배척의 대상이다.
특히 지난 2012년 서부 라카인주(州)에서 불교도와 무슬림 간의 집단 폭력사건이 발생해 200여 명이 사망한 뒤로는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이 훨씬 심해졌다.
이 사건 이후 로힝야족은 차별과 폭력을 피해 태국 등 인근 국가로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하는 '보트피플' 신세가 되기도 했고, 일부는 난민캠프에 수용돼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방글라데시와 접경한 라카인주 마웅토에서 로힝야족이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경찰초소 습격사건으로 9명의 경찰관이 사망하자 미얀마군과 경찰은 대대적인 토벌작전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을 상대로 '인종청소' 시도가 있었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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