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사육농가 1년새 2배로, 농민 "수익 줄거나 없어"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사육농가는 급격하게 느는데 수요는 늘지 않고…업종 전환을 고려 중입니다."
경기도 화성에서 대규모로 곤충을 키우는 A씨의 말이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들이 '미래 먹거리산업, 신성장동력'이라며 적극적인 곤충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산업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11일 경기도와 곤충사육 농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내 곤충사육 농가는 314가구, 종사자는 536명,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 등 사육시설 면적은 10만㎡에 이른다.
사육농가 수는 2015년 말의 153가구보다 1년 사이에 배 이상 늘었다.
2012년 말 31가구에 불과하던 도내 곤충사육 농가는 2010년 곤충산업법 제정 이후와 지난해 정부의 일부 곤충 식품원료 공식 지정 이후 급격히 늘고 있다.
사육 농민들은 신고 없이 소규모로 하는 농가까지 포함하면 현재 도내 전체 곤충 사육농가가 1천 곳이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육되는 곤충은 장수풍뎅이, 흰점박이꽃무지, 사슴벌레, 나비, 밀웜(갈색거저리)류, 귀뚜라미, 물방개 등 다양하며, 식용과 동물 사료용, 애완용, 학습용, 약용 등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사육 농민들은 소비가 확대되지 않고 판로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육농가만 이같이 많이 증가하면서 부업으로 하는 소규모 사육농가는 물론 전업으로 하는 농가조차 수익이 없거나 오히려 초창기보다 급감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A씨는 "2000년부터 귀뚜라미와 밀웜을 키우기 시작해 현재 700만마리를 사육 중이다"라며 "처음에는 식용으로 판매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주로 반려동물 등의 사료용으로 판매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육 초기 고생을 하다가 4년 만에 수익을 내기 시작해 2013년에는 2억2천만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며 "그러나 사육농가가 급증하면서 지난해에는 수익이 1억2천만원 정도로 반 토막이 났다"고 걱정했다.
A씨는 "현재 직원도 1명 줄이고 아들과 아내가 사육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나마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 같아 사육곤충을 메뚜기 등으로 바꾸고, 체험교육장 위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 농민은 "한국 정서상 곤충을 식용으로 판매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소비시장이 확대되지 않고, 중국의 사육농가 등으로 인해 수출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사육농가는 계속 늘어나 어려움이 많다"며 "일부에서는 곤충 알이나 애벌레 등을 공급하는 중간 업자들의 속임수에 넘어가 피해를 보는 농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나 지자체가 사육농가를 늘리기 전에 소비촉진이나 수출 확대 등 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비 등을 학습용으로 키우는 경기도곤충산업연구회 마승현(57) 회장도 "수익 측면에서 보면 2013년이 곤충산업의 피크였던 것 같다"며 "지난해 수익이 당시보다 3분의 1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마 회장은 "정부가 일부 곤충을 식품원료로 지정한 이후 곤충 사육농가가 많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세월호 참사 등을 거치면서 침체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 곤충 수요가 줄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벌레'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남아 있어 아직 곤충의 수요에 한계가 있다"며 "곤충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 산업이 친환경적이고, 환자식 등 특수 분야에 활용도가 높다는 점 등을 널리 알려 소비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도 "늘어나는 사육농가만큼 소비가 확대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따라서 앞으로 많은 연구를 통해 곤충사육을 식용이나 사료용 등 보다는 소리를 활용한 치료용, 의약품용, 해충 방제를 위한 천적용 등으로 확대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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