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북부 PKK 공격 가능성…IS 격퇴전 공조 균열 우려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시리아 쿠르드계 민병대의 무장을 지원하기로 한 미국 결정에 강력 반발하고 나선 터키가 어떤 대응 카드를 꺼낼지 주목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국에 결정 번복을 촉구하고, 오는 1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터키의 우려를 직접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한 첫 번째 정치 싸움에서 패배했으며, 고집불통의 지도자인 그가 어떤 대응을 내놓을지가 큰 관심거리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는데 쿠르드계 민병대가 가장 효율적인 조직이라고 판단해 터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쿠르드계의 중무장을 돕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IS 격퇴전의 핵심 전력인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중무장시킨다는 국방부 결정을 승인했다.
그러나 그런 결정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NYT는 미국의 결정이 터키의 분노를 유발해 러시아의 구애를 받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우방과 미국의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IS 격퇴전뿐 아니라 시리아와 이라크 전쟁에도 예측불가능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대신 적절한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이 시리아에서 쿠르드계 민병대와 긴밀히 공조하는 대신, 터키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노동자당(PKK)에 대한 무력 개입을 눈감아 달라고 미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터키가 PKK에 대한 주기적 공습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소네르 카갑타이 터키 연구실장은 터키가 PKK와 경쟁적인 쿠르드 세력을 끌어들여 지상 작전을 도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터키가 이라크에서 무슨 행동이든 벌일지 모른다는데 여러 전문가가 동의하고 있다. 터키는 이라크 쿠르드 세력을 공격해 쿠르드계의 세력 확장을 막고, 자국 내 쿠르드 민족주의운동의 확산을 차단하고 싶어한다. 또 역내 경쟁국인 이란이 테헤란에서 이라크와 시리아 북부를 거쳐 지중해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방관만 할 수 없다.
미국의 새로운 제휴 세력인 YPG는 IS 격퇴전의 쿠르드·아랍 연합 세력인 시리아민주군(SDF)의 주력이며 PKK의 분파 조직이기도 하다. YPG는 시리아 내전의 혼란을 틈타 시리아 안에 사실상의 준자치지역을 확보했다.
터키로선 미국의 지지를 받는 데다 이미 강력해진 YPG를 상대하기가 전처럼 쉽지 않다. 결국, 이라크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커진다.
터키는 이라크 북부 신자르 지역에 PKK가 제2의 본부를 구축해 시리아~이란 간 전략 루트를 통제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신자르가 PKK의 제2 거점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터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태세다.
그러나 터키가 신자르 지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의 또 다른 동맹인 이라크와 복잡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이 IS 격퇴전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와 간접적으로 공조하는 것도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이라크 정부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조직에 군사적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라크로선 터키가 자국 영토를 침범하는 것을 도발로 간주하게 되고, IS 격퇴전의 공조도 깨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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