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성층, 과거 보수 정권 정책에 반감 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예정된 이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보수 진영 후보들이 지지 취약층인 '여심'을 얻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란에서 보수파 정치인은 높아지는 여성의 권리와 사회적 활동에 대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탓에 호응받지 못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란에서도 여성의 정치·사회 활동 참여가 늘어나면서 보수 진영이 여성 유권자를 무시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유력 보수 후보인 모하마드 바게르 칼리파프 테헤란 시장은 9일(현지시간) 유세에서 "여성의 건강이 남성보다 더 중요하다"면서 여성을 위한 체육 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가정을 꾸리는 여성이 건강하지 못하면 가족 전체가 불행하게 된다"며 여성의 스포츠 활동을 권장했다.
다른 유력 보수 후보 에브라힘 라이시도 지난달 29일 첫 유세에서 자신의 뒤쪽 무대 중앙에 여성 태권도 선수들을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이번 대선에서 가장 보수적인 성향인 데다 이란에서도 종교적 영향이 큰 도시인 마슈하드 출신으로 그간 여성의 권리와 평등 문제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었던 탓이다.
이들과 맞서는 중도·개혁파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자신의 전통적 지지층인 여성 유권자를 결속하고 있다.
후보 중에서 유일하게 9일 여성 지지자만을 위한 유세를 열었다.
그는 이 행사에서 "나의 정책은 경쟁 후보들의 성차별, 여성 억압과 명확히 대조된다"며 "1979년 이슬람혁명은 여성의 참여로 성공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여성이 투표장으로 간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란 여성들은 과거 보수 정권의 반(反)여성 정책에 나쁜 기억이 있다.
직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부의 가슈테에르샤드(주의를 주는 순찰)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경찰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거나 화려하게 화장한 여성을 길거리에서 체포해 계도 또는 과태료에 처하는 일종의 '풍속 단속'이었다.
여성들은 길을 걷거나 운전하면서도 이들 경찰의 눈치를 보면서 불편함을 느껴야 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