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에서 커다란 일장기를 배경으로 "일본인이라서 다행이다"는 문구를 담은 포스터가 거리에 붙어 과도한 국가주의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NHK 인터넷판이 11일 보도했다.
문제가 된 포스터는 눈을 감은 채 웃고 있는 여성의 얼굴에 "나 일본인이라서 다행이다". "자긍심을 가슴에 일장기를 게양하자"는 글을 담고 있다.
이 포스터는 지난달 말부터 트위터에 "여기저기에 붙어 있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퍼졌고, (태평양) 전쟁 시절의 국가주의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국의 국민이라는게 뭐가 문제냐"며 옹호하는 글도 있었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실례되는 포스터다. 일본에 살고 있는 많은 외국인은 좋지 않다는 것인가" 등 인종 차별적인 내용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해당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한 곳은 일본 전국 8만여개의 신사가 참여한 단체 '신사 총본산(神社 總本山)'으로, 지난 2011년 6만부를 제작해 신사 등에 배포한 것이 뒤늦게 트위터를 통해 퍼지며 화제가 됐다.
이 단체는 "옛날에는 축일에 많은 가정에서 국기가 게양됐지만 지금은 드물어졌다. 일본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자는 의미에서 포스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포스터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은 포스터 속에 등장하는 모델 여성이 일본인이 아닌 중국인이라는 것이다.
한 인터넷 사이트가 모델 스스로가 중국인이라고 밝혔다며 '중국인'이라는 설명을 해당 사진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달면서 '일본인이라서 다행이라면서 정작 포스터의 모델은 외국인이다'는 식의 조롱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신사 총본산은 "중국인이라고 해도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지 않나"고 말하면서도 의혹을 부정하지 않았다.
논란에 대해 도쿄공대 구즈하라 도시히데(葛原俊秀) 강사는 "포스터의 표현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어서 도전적이라는 인상을 부여한다"고 지적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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