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마크롱發 정계개편 본격화…거대양당 흔들고 젊은피 수혈

입력 2017-05-12 00:54  

프랑스 마크롱發 정계개편 본격화…거대양당 흔들고 젊은피 수혈

6월 총선 공천자 명단 428명 발표…절반은 여성, 절반은 정치 경험 없는 '신예'

발스 前총리 공천 배제…공화당 중도파 의원들과 영입협상 "우파 전체 흔들겠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총선이 5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에마뉘엘 마크롱(39) 대통령 당선인의 의석수 '제로'(0)인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또 한 번의 선거혁명을 시도하고 있다.

공천자 명단에 현 집권당인 사회당의 현역의원들을 상당수 포함한 신당은 제1야당인 공화당의 중도파 의원들을 상대로도 영입 협상에 나서는 등 과반의석 확보를 목표로 대대적인 정계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며칠 전 신당의 공천을 받고 싶다고 방송에서 공개구애를 한 사회당 소속 마뉘엘 발스 전 총리는 공천을 거부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마크롱의 중도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이하 앙마르슈)는 11일(현지시간) 파리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월 총선 공천자 명단 428명을 발표했다.

공천자 중 정확히 절반인 214명은 마크롱이 약속했던 대로 여성으로 채워졌으며, 전체의 52%는 선출직 공직자 경험이 전혀 없는 정치 신인으로 구성됐다. 전체의 2%는 현재 직업이 없는 구직자였다.

당초 신당은 하원의 의석수대로 577명의 출마자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나머지 명단은 기존의 공화·사회당 현역의원들과의 협상을 마친 뒤 최종적으로 확정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된 공천자들의 평균 연령은 46세로, 현 하원 의원 평균(60세)보다 14세가 적은 '젊은 피'다.

현역의원 신분으로 공천을 받은 사람들은 24명으로, 모두 집권 사회당 소속 의원들이다. 신당에는 현 앙마르슈의 사무총장 리샤르 페랑 의원 등 현역 사회당 의원 80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이날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마뉘엘 발스 전 총리의 포함 여부였다. 지난 대선 레이스에서 사회당 경선 후보였던 발스는 대선 후보 확정이 유력시됐지만, 브누아 아몽 전 교육장관에게 예상 밖의 고배를 들고 대권 도전의 꿈을 접었다.

이후 발스는 마크롱의 대선 승리 직후인 지난 9일 한 방송에 출연, "사회당은 죽었다"면서 마크롱의 신당에서 공천을 받고 싶다고 '공개구애'를 했다.

발스와 마크롱은 총리와 경제장관으로 현 정부에서 손발을 맞춘 적이 있다.




그러나 이날 공천자 명단에 발스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치 신인을 위주로 공천한다는 규정에 다선 의원인 발스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신당은 설명했다.

다만, 앙마르슈는 전직 총리를 예우해 발스의 지역구인 에손주(州) 에브리에는 공천자를 내지 않았다.

페랑 사무총장은 "이미 3선을 한 의원은 공천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우리는 특별대우도 하지 않고 예외도 없다"면서 "그러나 발스 전 총리에게 모욕을 주고 싶지는 않다. 그가 전 총리라는 점과 우리에게 합류하고 싶어 한 점을 예우해 경쟁자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발스는 신당에 구애했다가 사회당 징계위에 회부돼 출당 위기에 처한 상태다.

앙마르슈는 인터넷을 통해 공천자를 1월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공개 모집해 총 1만9천명의 이력서와 지원동기서를 접수했다. 여성 안배, 다양성, 도덕성 등 5개 기준으로 지원자들을 걸렀다.

발스 전 총리는 이런 절차도 모른 채 공천을 받고 싶다고 방송에서 밝혔다가 설명을 듣고 "인터넷에 들어가 클릭을 아무리 해도 작동이 안 하더라"고 말해 망신살이 뻗치기도 했다.

현 제1당에서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사회당 의원들이 공천자 명단에 다수 포함된 것과 달리, 현 제1야당인 중도우파 공화당 소속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앙마르슈는 그동안 공화당의 중도파 의원들을 상대로도 치열한 물밑 영입작업을 벌여왔다.

마크롱의 한 측근은 르몽드에 "우리는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영입하려는 게 아니라 우파 전체를 뒤흔들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마크롱은 대선 승리 전부터 공화당의 알랭 쥐페 전 총리 계파 등 중도성향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영입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앙마르슈와 공화당 쥐페 계파의 논의에 따라 이르면 내주 중으로 20∼30명가량의 공화당 중도파 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마크롱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공화당 쪽에선 합류 조건으로 차기 정부의 총리 자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앙마르슈가 이처럼 공화당 의원 빼 오기에 공을 들이는 것은 현 제1야당인 공화당이 총선의 최대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대선 종료 직후 여론조사기관 칸타소프르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다음 달 총선에서 어느 당을 지지하겠느냐는 물음에 앙마르슈-민주운동당(Modem) 연합을 꼽은 응답자가 24%로 가장 많았고, 공화당-민주독립연합(UDI) 연대가 22%로 뒤를 이었다.

이어 극우정당 국민전선(FN) 21%, 장뤼크 멜랑숑의 급진좌파 정당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15%가 뒤를 이었으며, 현 여당이자 과반이 넘는 의석을 자랑하는 제1당인 중도좌파 사회당은 9% 순이었다. 이 조사대로라면 50년 전통의 중도좌파 사회당은 이번 총선에서 50석도 얻지 못해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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