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휘발유는 옛말…가짜경유 판친다
적발 건수 93%가 가짜경유…구입 쉬운 등유 섞으면 끝
시너 유통경로 감시 탓에 가짜휘발유는 제조 어려워
(대구=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A(46)씨는 2016년 1월부터 올해 초까지 아는 사람과 함께 등유와 경유를 2대 8 비율로 섞어 만든 가짜경유 505만ℓ(시가 60억원 상당)를 경북 경주 등에 있는 주유소 3곳에서 팔았다.
더구나 단속을 피하려고 등유에 든 식별제를 없애는 치밀함을 보였다.
식별제는 값싼 등유가 값비싼 경유로 둔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유사가 첨가한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10일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에서 경유 1ℓ는 1천274원, 등유 1ℓ는 848원에 판매한다.
등유가 섞인 경유에 가짜경유를 판별하는 시약을 넣으면 보라색으로 변한다.
A씨 일당은 식별제를 제거하는 수법으로 1년 이상 가짜경유를 만들어 팔았다.
그러나 지난 3월 첩보를 입수한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수사에 나서 A씨를 검거해 범행은 끝났다.
B(50)씨도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전남 영암에서 등유를 경유와 섞어 만든 가짜경유 44만ℓ(시가 5억2천만원 상당)를 전국 11개 주유소에 유통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 역시 등유와 경유를 2대8로 섞었고 등유에 식별제를 없앴다.
한국석유관리원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주유소에서 판 가짜 석유를 단속해 1천79건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75건(7%)만 가짜휘발유이고 나머지 1천4건(93%)은 A씨와 B씨 사례처럼 가짜경유다.
가짜경유를 판 주유소는 2012년 263곳, 2013년 199곳, 2014년 195곳, 2015년 162곳, 2016년 185곳으로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가짜휘발유 판매 주유소는 2012년 21곳, 2013년 20곳, 2014년 15곳, 2015년 10곳, 2016년 9곳으로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매년 줄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가짜 휘발유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을 뿐 가짜경유는 많지 않았다.
경유와 등유 가격 차이가 거의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유와 등유 가격 차이가 커지자 등유를 섞어 가짜경유를 만드는 사례가 자주 일어난다.
현재 경유와 등유 값 차이는 1ℓ에 426원으로 17년 전인 2000년 53원과 비교하면 훨씬 크다.
오피넷에 따르면 2000년 경유가 1ℓ에 613원, 등유는 560원이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도 현재 가격 차이는 두드러진다.
가짜경유는 제조할 때 단순히 경유와 등유를 섞기만 해도 되고 유질이 정상 경유와 비슷해 큰 기술이 필요 없다.
반면 가짜휘발유 제조는 까다롭다.
한국석유관리원이 2012년부터 용제 업소를 대상으로 가짜휘발유를 만드는 데 쓰는 산업용 도료나 시너 보급 경로를 감시해 가짜휘발유 제조로 흘러가는 길목을 사실상 봉쇄해서다.
이 때문에 가짜휘발유 제조는 갈수록 줄고 가짜경유 만들기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 관계자는 "등유 사고파는 일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어 가짜경유를 뿌리 뽑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가짜 석유제품은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차 연료장치에 고장을 일으키니 제조나 유통, 구매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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