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비판적 사회학자인 한완상(81)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삶을 돌아본 회고록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를 펴냈다.
김영삼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의 통일 정책을 분석한 '한반도는 아프다' 이후 4년 만에 출간한 책이다.
저자는 1970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에 부임했으나 해직과 복직을 거듭했고, 전두환 정권에서는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3년부터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 방송통신대 총장, 상지대 총장,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회고록에서 한국 현대사의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을 조명한다. 가난과 전쟁, 권위주의 정권을 경험하면서 느낀 고충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사회의 어른으로서 옛날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지 않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지 못하는 현재의 젊은이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드러낸다.
예컨대 1980년 투옥 생활을 통해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는 한 역경의 순간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진리를 체득했다고 말하면서도 "잔혹한 경쟁, 희망의 사다리를 걷어찬 지배계급, 걷잡을 수 없는 빈부 격차로 인해 고난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이들은 없는지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또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던 이유를 성찰하고, 지속해서 '색깔론' 프레임을 만드는 수구 세력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당부의 글을 남겼다. 그는 "촛불 명예시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으므로 값싼 통합의 유혹에 빠지지 말기를 바란다"며 "지난 70년간의 구조적 적폐를 청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폐청산은 진실 규명을 통한 국민 화해와 통합"이라고 강조한 뒤 "청산 없는 통합이란 꼼수이거나 정치공학적 편법일 수밖에 없고, 적폐를 과감하게 청산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새로운 대안이 나온다"고 조언했다.
회고록의 제목은 구약성경 이사야 11장 7절 '암소와 곰이 친구가 되어 그 새끼들이 함께 뒹굴고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으리라'에서 따 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최고 포식자이자 '갑'(甲)인 사람들이 약자들과 사이좋게 공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목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후마니타스 펴냄. 336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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