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민의당', '한국+바른정당','국민+바른정당' 시나리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고상민 기자 = 대선 직후 여의도에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다. 원내 제1·2당(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이 제3·4당(국민의당, 바른정당)을 흔드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민주당으로선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나가려면 정계개편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에서다.
또 대선에서 패배한 한국당은 보수 진영을 결집하고 몸집을 키워 '강력한 제1야당'으로 거듭나는 게 급선무다.
소수 야당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원내 캐스팅보트' 역할을 극대화하는 생존전략을 세워 두 거대 정당과 밀고 당기는 구도가 형성됐다.
한국당이 12일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의 일괄 복당을 승인하면서 원내 의석수는 민주당 120석, 한국당 107석,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 20석이 됐다.
민주당은 집권 여당이지만, 의석이 과반에 못 미친다. 자력으로는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다. 사안별 '협치'도 한계가 있어 정계개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민주당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국민의당을 향해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전날 "국민의당과는 형제당"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도 "국민의당은 원래 저희와 같은 뿌리"라며 연정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이낙연 전라남도지사를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도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호남 총리' 약속을 이행한 것이지만, 국민의당으로선 민주당이 호남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을 경우 정치적 존립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의당에서도 창당 이래 위기 때마다 불거지던 '연대론'이 대선 직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부 의원은 이미 민주당과 접촉하고 있다는 설도 흘러나온다.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 10일 "민주당 상층부에서 계속 만나자고 한다는 얘기를 (의원들이) 내게도 하더라"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민주당발(發) 정계개편 영향권에는 바른정당도 들어가 있다. 바른정당 대선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에 대한 '입각 제안설'이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이 유 의원에게 경제부총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는 소문이 전날 민주당 측에서 나돌았다. 이는 유 의원 개인보다 바른정당 전체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유 의원과 측근 그룹은 "입각 제안을 받은 일도 없고, 응할 생각도 없다"는 입장이 확고한 반면, 바른정당의 다른 의원들은 "제안이 오면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며 견해차를 노출하고 있다.
한국당도 바른정당을 흔들고 있다. 지난 2일 바른정당을 탈당한 의원 13명의 복당을 허용한 홍준표 당시 대선후보의 '긴급조치'가 이날 최종 확정된 것이다.
홍 전 후보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어차피 바른정당은 없어진다. 국민의당도 없어진다. 어차피 양당구도"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무소속 이정현,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에 바른정당의 일부 의원까지 흡수할 경우 원내 최다 의석을 보유한 거대 야당이 될 수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손을 잡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대선 패인 중 하나로 '40석 미니정당'의 한계가 지적된다. 바른정당도 의원 1명만 이탈할 경우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다.
양당에선 캐스팅보트의 존재감을 살리려면 현재보다 몸집을 불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물밑에서 연대를 모색했으나 성사되지는 않았다.
박지원 전 대표는 '바른정당과 합당하자는 당내 의원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많다"고 답했다.
다만 '먹고 먹히는' 정계개편 구도에서 '먹힐' 처지에 놓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일단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독자 생존을 모색하자는 분위기다.
국민의당의 한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작지만 강한 야당으로서의 입지를 다진 뒤에야 연대든 통합이든 할 수 있다"며 "대선 패배의 아픔을 씻고 다시 한데 뭉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의 한 중진 의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120석에 국민의당 40석을 더해도 우리가 없으면 쟁점 법안의 '패스트트랙(안건 신속처리)'이 불가능하다"며 "20석의 의미가 작지 않다"고 말했다.
zhe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