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급 선수 없어 관심 시들…접대 수요 감소도 시장부진 원인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소득 향상과 함께 성장을 거듭해온 골프용품 시장에 그늘이 지기 시작한 걸까. 아디다스가 골프용품 업체 테일러메이드를 미국의 자산 운용사인 KPS 캐피털 파트너스에 매각한 것을 계기로 업계에서 이런 해석이 나온다.
골프다이제스트 등에 따르면 독일 아디다스는 10일(현지시간) KPS 캐피털 파트너스에 테일러메이드와 애덤스 골프, 애시워스 등 골프 사업 일체를 매각키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국 나이키도 작년 8월 골프용품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스포츠 용품 업계의 양강으로 꼽히는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잇따라 골프용품 사업을 접은 셈이다.
캐스퍼 로스테드 아디다스 사장은 금년 3월 기자회견에서 "(골프웨어 등을 생산하는) 아디다스골프를 본사에 통합할 것"이라면서 "골프용품은 우리 회사가 손댈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축구용품과 봉제품 등에 경영자원을 집중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작년에 사업 철수계획을 밝힌 나이키의 골프용품 사업은 타이거 우즈라는 걸출한 스타와 성쇠를 같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이키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골프용품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으나 1996년 우즈와 계약하면서 관련 사업을 확대했다. 나이키의 골프용품 사업은 우즈의 활약과 함께 번창해 후발업체이면서도 한때 골프용품이 가장 큰 수입원일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우즈가 각종 스캔들에 휘말리고 성적도 부진해지면서 관련 사업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골프용품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절대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스타 선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매각 소식이 전해지기 바로 전날 남자골프 세계 랭킹 2위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테일러메이드와 1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후원계약을 맺었지만 골프를 모르는 사람들도 알아주는 "우즈급" 선수는 아니다. 유니클로와 계약한 애덤 스콧 같은 신인 선수도 마찬가지다.
골프용품 시장이 쪼글라들고 있는 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골프용품 시장도 2015년의 경우 3천390억 엔(약 3조2천634억 원)으로 10년전에 비해 20%나 줄어들었다. 젊은 층이 골프를 즐기지 않는데다 기업의 접대 수요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일본 생산성본부가 펴낸 '2016년 레저백서'에 따르면 일본의 골프인구도 2015년 760만명으로 감소추세다.
일본 스포츠 용품업계에서도 골프용품에서 부터 골프웨어까지 영위하는 '종합형' 회사는 미즈노뿐이다. 아식스는 골프화, 디센트는 골프웨어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대형 골프용품 업체인 던롭스포츠도 2015년 4월 디센트와 골프웨어 개발·판매부문 업무제휴를 했다.
골프용품 판매 이외의 부문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던롭스포츠는 피트니스클럽 운영을 새로운 수입원으로 육성하고 있다. 2014년 수도권에서 피트니스클럽을 운영하는 회사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던롭은 피트니스클럽 확대가 골프용품 판매와 직결되지는 않지만 골프 레슨 등을 통해 수강자가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골프용품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골프용품 업계는 나이키와 우즈의 예에서 보듯 스타선수를 모델로 기용하는 방법에 의존해 성장해온 면이 크다. 업계에서는 스타선수가 없는 현재 상황에서는 이 방법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골퍼 한사람 한사람의 스윙을 진단해 주는 '오더 피팅'을 통해 판매를 늘리는게 타개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최근에는 스윙 시뮬레이션을 해 주는 '골프 바'가 인기를 얻으면서 도쿄(東京)뿐 아니라 지방도시에도 확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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