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9년째 수원시립교향악단을 이끌어 왔던 김대진 예술감독(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 돌연 사표를 제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감독은 지난 10일 수원시향 사무국을 통해 수원시청에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 제출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수원시 관계자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일단 사표 수리를 하지 않고 사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고 있다"면서"수원시향의 수준을 높이는 과정에서 단원들과 감독이 감정적으로 쌓인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줄리아드 음악대학·대학원(박사과정)을 졸업한 김대진 감독은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로, 문화관광부 올해의 예술상 음악 부문(2005년), 한국음악협회 기악 부문 한국음악상(2012년), 대원음악상 대상(2017년) 등 수상경력을 가졌다.
2008년부터 수원시향의 상임 지휘자로 취임한 이후 수원시향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감독이 수원시향의 지휘자로 취임한 다음 해 미국 뉴욕 카네기홀 전석 매진, 객석예술인상 수상(2011년), 창단 30주년 전국 9개 도시 전국투어 연주 성공 개최(2012년), 이탈리아 메라뇨 국제뮤직페스티벌 폐막공연 공식초청(2014년) 등 수원시향의 위상은 높아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의 시향 운영방식과 단원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불만이 내부적으로 새어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시향의 전체적인 수준을 높이려고 김 감독이 단원들을 강하게 훈련했는데, 일부 단원들은 감독의 말과 행동이 지나치다고 생각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그런 정도는 다른 시향에서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단원도 있다, 김 감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과 단원들 간의 갈등은 지난해 1월 수원시향에 노조(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본부)가 생기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노조 측은 김 감독이 단원들을 비인격적으로 대한다며 시향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러다가 지난달 5일 예술의전당에서의 시향 공연 이후 "공연이 형편없다"는 혹평이 일부 나오자 김 감독이 단원들을 강하게 질책한 것이 불만이 쌓인 단원들의 감정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노조가 즉각 김 감독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고, 김 감독은 고민 끝에 지난 10일 모든 단원 앞에서 "연주를 더 잘하자는 취지에서 한 말인데 지나쳤던 것 같다. 후회하고 사과한다"고 공식적인 사과표명을 했다.
그러고 나서 김 감독은 시향 사무국에 사표를 제출해 버렸다. 그는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수원시향 관계자는 "김 감독이 수원시향을 해외초청을 받을 정도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시향 발전에 공헌한 부분은 노조든 누구든 모두 인정하고 있다"면서 "좋은 연주를 하려는 감독과 단원 간의 '감정싸움'이 일어나고 있는데, 잘 수습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은 1982년 4월 17일 창단했으며, 연주단원과 사무단원 등 103명이 주축이 돼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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