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산림청, 강릉 산불 확산 원인 놓고 각각 다른 해석 내놔
(대전=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최근 강원도 강릉과 삼척에서 발생한 산불로 산림 320여㏊가 잿더미로 변한 가운데 벌채한 뒤 산에 쌓아 둔 나무가 산불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정반대의 의견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산림청에 따르면 강릉시 등 현지 자치단체와 임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벌채목 더미가 불쏘시개이자 산불 확산의 화약고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산불이 난 곳에서는 산림 복구사업을 하면서 산불 피해목에 대한 대대적인 벌채가 이뤄진다.
빽빽한 산림을 건강한 숲으로 만들기 위해 시행하는 숲 가꾸기에서 발생한 벌채목도 산 곳곳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민가 주변 벌채목은 주민들이 땔감 등으로 재활용하지만, 산 곳곳에 쌓여 있는 벌채목은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6일 산불이 난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일대는 과거 산불 발생으로 벌채가 이뤄져 곳곳에 벌채목이 쌓여 있던 곳이다.
바짝 마른 쌓아 놓은 벌채목은 조금의 불씨에도 활활 타올라 진화를 어렵게 했다는 지적이다.
강릉시 관계자는 "벌채를 한 뒤 산속에 그대로 쌓아 놓은 벌채목 더미가 산불 확산의 화약고 역할을 했다"며 "조림을 위해 시행한 벌채목은 반드시 치우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림청은 대형산불의 주 원인은 건조일수와 바람의 세기 등 기상조건이며, 숲 가꾸기 산물이 산불 확산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숲 가꾸기 사업을 한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산불 발생 위험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숲 가꾸기 사업을 한 지역에서는 산불이 났을 때 지표에 있는 잡초와 관목, 낙엽 등을 태우는 산불인 '지표화'에서, 나무의 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을 태우며 지나가는 산불인 '수관화'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불의 확산을 제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2006년 강원대에서 시행한 '간벌재의 산물 방치가 산불에 미치는 영향' 연구결과에 따르면 숲 가꾸기 미실행지는 ㏊당 입목본수가 많고(400∼1천본) 죽은 가지 고사율이 높으며, 밀도가 높아 실행지보다 산불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숲 가꾸기 산물을 숲 속에 놓아두면 지표면의 습기를 저장하는 효과도 있다고 산림청은 지적했다.
미국은 산불 취약지역 산림에 대해 신속한 간벌과 벌채를 시행하고, 일본도 재난방지 기능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간벌 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강원도 산불의 주원인은 긴 건조일수와 예년보다 적은 강수량이 원인이라고 산림청은 거듭 밝혔다.
올해 들어 건조일수는 4월 23일부터 5월 7일까지 연속 15일간 발령되는 등 산불이 나기 전인 지난 6일까지 90일에 달했다.
누적 강수량도 138.2㎜로 예년보다 41%가량 감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림청도 이번에 벌채목의 역할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만큼 가급적 전량 수거하도록 할 방침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 대형화를 줄일 수 있는 산림구조를 만들기 위해 숲 가꾸기 사업과 불에 강한 내화수림대 조성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대형산불 위험이 큰 강원도나 경북 동해안 지역의 농경지와 주택 주변의 산림에서 발생하는 숲 가꾸기 산물은 전량 수집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예산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ye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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