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용산 지역 유휴시설 활용해 올여름 오픈 계획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서울시가 재개발 지역에서 버려진 반려견이 들개가 되는 '악순환'을 끊고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서울시는 시비 5억원을 들여 재개발 지역 반려견을 대상으로 중성화수술을 담당하는 '중성화센터'(가칭)를 용산구에 조성한다고 13일 밝혔다.
유기견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재개발 지역 유기견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시의 인식이 담겼다.
특히 재개발 사업이 시행되면서 마을을 통째로 비울 수밖에 없는지라, 그 과정에서 유기견이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산지와 가까운 재개발 지역 같은 경우는 발생한 유기견이 산으로 올라가 들개 떼가 될 위험도 있다.
사람의 손에 길러지다 버려진 뒤 야생성을 회복한 들개는 이미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서울에만 100마리가 넘는 들개떼가 북한산, 인왕산, 관악산 주변에 무리 지어 생활하며 등산객을 위협하거나 먹이를 찾아 주택가를 어슬렁거리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해 집중포획에 나섰지만, 눈치가 빨라 포획틀에 잘 걸려들지 않고 번식을 이어가고 있어 당국의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잠재적인 동물 유기나 이로 인한 들개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며 "사전에 중성화를 지원해 이를 막아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시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 유휴재산을 활용해 총 3층 224.48㎡ 규모로 중성화센터를 만들 방침이다.
1층에는 주민 커뮤니티 공간인 쉼터를 만들어 지역 주민이 회의도 하고, 영화도 볼 수 있게 꾸민다. 2·3층에 반려견 중성화수술을 위한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시는 용역의 형태로 시설을 운영하고, 수의사를 상주시켜 원활한 수술이 이뤄지게 할 계획이다. 일반 동물 치료는 하지 않는다.
또 모든 반려견의 중성화수술을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기존 동물병원의 반발을 살 수가 있어 특정 재개발 지역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재개발 지역이 서울 시내 곳곳에 매우 많은데, 어떤 지역을 대상으로 삼을지 민간단체와 협의 중에 있다"면서도 "북한산 자락에 걸쳐 있는 지역 등 산하고 접하고 있는 지역이 우선순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중성화수술 지원 대상이 확대될 수 있겠지만, 현재로써는 개를 대상으로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현재 중성화센터의 막바지 설계 작업에 한창이다. 설계를 마치는 대로 공사에 들어가 이르면 올여름 문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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