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퇴직·휴직자는 상여 지급 안 돼…고정임금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IBK기업은행 전·현직 직원 1만여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실상 졌다.
서울고법 민사1부(김상환 부장판사)는 12일 기업은행 직원들의 임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직원 1만1천여명은 2011년 1월∼2015년 3월 미지급한 연장근로수당, 연차휴가 근로수당 등 775억여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이는 연장근로수당 등의 산정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된다는 전제로 계산된 액수다.
직원들은 매년 1·2·5·7·9·11월의 첫 영업일에 정기상여를 받았고, 이는 '근로 제공 전'에 지급된 것이므로 '선불 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즉, 실제 일한 시점에는 이미 상여금 지급과 금액이 확정됐으니 근로의 대가로서 고정성을 갖춘 통상임금이란 논리다.
대법원 판례는 통상임금의 조건으로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꼽는다.
1심은 직원들의 주장대로 정기상여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2심은 다른 결론을 내렸다.
우선 정기상여금은 선불 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임금 체계가 모두 후불을 전제로 편성됐고, 상여금이 선불 임금이란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게 근거였다.
또 첫 영업일에 정기 상여가 지급된다 해서 이를 선불 임금의 근거로 삼을 수도 없다고 봤다. 만약 정기 상여가 선불 임금이라면 중도 퇴직자 등에게 상여금을 환수할 규정을 둬야 하는데 은행 규정엔 그런 조항이 없다는 점도 주목했다.
기업은행 정기 상여가 고정성을 갖춘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지급 대상에 '재직 요건'이 전제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은행은 상여금 지급일 이전에 퇴직하는 근로자나 휴직자에게는 상여를 지급하지 않았고, 지급일 당시 재직하는 근로자나 복직자는 근무 기간에 상관없이 상여금 전액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지급일 이전에 퇴직·휴직할 경우 상여를 받을 수 없다면, 근로 제공 시점에서는 상여를 받을 수 있을지 확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이 상여는 고정임금으로 볼 수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정기상여를 뺀 기타 수당만 통상임금으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재산정한 미지급 법정 수당과 퇴직금 등 4억9천여만원을 사측이 주라고 판결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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