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미 테이프 없길 바라야" 만찬 테이프 존재 시사하며 공개 위협
만찬서 코미가 "FBI국장직 유지 원한다…나는 수사대상 아냐" 발언 주장
"방문자 동의없이 백악관 대화 녹음 못해"…다른 형태 존재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마치 공개할 수도 있는 것처럼 언급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과의 만찬 대화 녹음테이프는 존재할까?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FBI의 '러시아 커넥션' 수사의 전개와 향방,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탄핵론' 등을 좌우할 메가톤급 폭탄으로 지목된다.
'러시아 커넥션'은 물론 이에 대한 FBI수사에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한 정황이 대화록을 통해 확인된다면 사태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녹음테이프가 과연 존재하는지, 그리고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조차도 완전히 베일에 싸인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제임스 코미는 언론에 정보를 흘리기 시작하기 전에 우리의 대화 내용을 담은 (녹음)테이프("tpaes")들이 없기를 바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캠프와 러시아의 커넥션 의혹 수사를 지휘하다가 9일 전격으로 해임된 코미 전 국장 측에 대한 경고로 풀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미 전 국장이 자신과 지난 1월 백악관 만찬과 두 차례 전화통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대상이 아니며 FBI 국장직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주장했지만, 코미 측 인사들이 '거짓'이라고 반박하자 이같이 주장했다.
상황에 따라 두 사람의 직접면담과 전화통화를 통해 나눈 발언의 녹취를 공개할 수도 있다는 위협인 셈이다.
하지만 실제 이런 테이프가 존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대통령학을 전공한 역사학자인 마이클 베슐로스는 트위터에 "대통령들은 닉슨 전 대통령의 녹음 시스템이 1973년 발각된 뒤 방문자들이 모르게 일상적으로 녹음하는 일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과거 백악관 방문자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다가 들통이 난 뒤 대화 녹음 관행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다만 다른 형태의 대화록이 존재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캠프였던 트럼프타워를 도청했다고 트위터에서 주장하면서 "도청당했다"("wires tapped”)라는 표현을 썼던 것에 WP는 주목했다.
이번 "tapes"라는 표현처럼 "wires tapped" 역시 인용부호 안에 들어있는 점이 동일하다.
당시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증거를 내놓으라는 언론 등의 요구에 추후 '사찰활동'은 '물리적인 도청'과는 달리 더욱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러한 논리를 적용하면 이번에도 물리적 녹음이나 녹화는 아니더라도 다른 형태의 기록이 남아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tapes"라는 표현에 담았다는 분석도이 제기된다는 게 WP의 관측이다.
백악관은 두 사람의 대화가 실제 녹음됐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코미 전 국장과의 만찬에서 '충성 맹세'를 요구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격분한 것으로 알려져 자신에게 유리한 어떤 기록을 전격 공개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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