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2주년] 방역 최전선 전문인력 여전히 태부족

입력 2017-05-14 08:00  

[메르스 2주년] 방역 최전선 전문인력 여전히 태부족

역학조사관 3배로 늘렸으나 선진국 5분의 1수준…"10년 내 확충"

인력 공백은 전산화·정보화로 일부 메워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2015년 5월 20일 국내 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을 때부터 같은 해 12월 23일 '상황 종료'가 선언될 때까지 186명이 감염되고 그 중 38명이 사망했다.

그 사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조사에 나섰고,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경질됐다. 정부는 방역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질병관리본부를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관련법을 개정하는 등 부랴부랴 국가방역체계 개편에 나섰다.

그러나 방역 최전선에서 뛰는 전문인력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 해외 감염병 최전선 공항·항만은 여전히 전문인력 부족

메르스 사태 발생 후 2년이 지났지만, 감염병의 최전선을 지키는 역학(疫學)조사관은 목표만큼 충원되지 못했다.

역학조사관은 감염병 의심 사례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서 발생 원인과 감염 경로를 파악해 감염병 발생 장소를 일시 폐쇄하는 등 실질적인 방역조치를 할 수 있는 핵심 인력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해외 감염병 유입을 막기 위해 주요 국제공항에 24시간 감시 체계를 구축하하는 한편, 진료행위와 예방접종 등이 가능한 의사면허 소지자로 정규직 역학조사관 9명을 추가로 뽑아 공항에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11∼12월 질병관리본부에 대해 감사를 벌인 감사원은 주요 국제공항의 역학조사관이 단 한 명도 충원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인천공항에는 3명, 제주와 김해 공항에는 각 1명의 공중보건의(공보의)가 역학조사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고 있으며, 김포공항에는 역학조사관이 없이 검역 인력이 역학조사 업무를 대신하고 있었다.

또 이들이 근무하지 않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사이에도 도착하거나 떠나는 항공편이 꽤 많아 초기 방역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질병관리본부는 행정자치부에 증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중앙 긴급상황실을 통해 24시간 방역체계는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메르스 직전 30명에서 3배로 증원했으나 선진국 5분의 1 수준

메르스 사태 이전까지는 대부분 공보의가 역학조사관을 맡아왔다. 인원도 질병관리본부 중앙에 12명, 17개 시·도에 각 1명(경기만 2명) 등 3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복무 기간이 3년으로 정해진 공보의만으로는 업무 지속성이 떨어지고 경험 축적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2015년 7월 개정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는 방역이나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공무원,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 약사나 수의사 등 감염·방역 전문가로서 교육·훈련을 이수한 역학조사관을 중앙에 30명, 각 시도에 2명 이상씩 두도록 명시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전국의 역학조사관은 법정 최소 정원인 64명보다 많은 105명(3월 기준)이다. 앞으로는 지난해부터 대폭 정비된 역학조사관 교육 과정을 통해 매년 60명 안팎의 신규 인력이 배출된다.

메르스 사태 이후 역학조사관이 늘긴 했으나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국내 역학조사관은 인구 50만명 당 1명에 불과해 10만명당 1명꼴인 선진국의 5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앞으로 매년 60명의 역학조사관이 배출된다면 10년 안에 선진국 수준의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부족한 인력 메우는 전산화·정보화

방역 당국은 부족한 전문인력으로 생기는 공백을 전산화와 정보화로 일부 메우고 있다.

여행객이 방문국 이력과 연락처 등의 정보를 작성해 제출하던 정보를 전산화한 자동검역심사대가 현재 인천공항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정식으로 도입된다.

이를 통해 여행객 정보를 전산화함으로써 의심환자가 발생했을 때 밀접 접촉자를 찾기 위해 수기로 작성한 신고서를 일일이 찾는 데 허비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 감염병예방법 개정으로 통신사의 로밍데이터 정보를 감염병 예방에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여행객이 작성하는 신고서에 의존했던 오염국가 경유 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여행객의 오염국가 경유 정보는 방역 당국과 의료기관이 해당 감염병 잠복기 동안 공유한다. 여행객이 입국할 때 통신사를 통해 해당 감염병의 잠복 기간 증상이 나타나면 자진 신고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하는 데 사용된다.

이 시스템은 지난해 11월 KT에서 시범운영이 시작돼 지난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3사로 확대됐다.

mi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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