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터키 정부가 실패한 쿠데타의 배후로 재미 이슬람학자 궐렌을 지목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지속하는 가운데, 말레이시아가 자국에 머물러온 귈렌 관련자 3명을 터키로 추방했다.
13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 경찰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체포했던 터키 국적의 남성 3명을 추방했다고 밝혔다.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 경찰청장은 "'펫훌라흐 귈렌 테러조직'(FETO)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3명을 11일 추방했다"며 "이들은 터키 당국으로부터 수배를 받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말레이 당국은 지난주 학교 교장인 투르가이 카라만(43), 이흐산 아슬란(39), 학자인 이스멧 이즈셀릭(58) 등 3명의 터키인을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구금했다고 설명했지만, 귈렌과의 연계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유엔과 인권단체들은 말레이 당국의 이번 조처가 터키 정부의 압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동남아 사무소는 성명을 내어 추방된 사람들이 터키로 돌아갔을 때 신변에 위협을 받을 수 있으며, 이런 터키인 추방이 다른 나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로렌 메일란 OHCHR 동남아 사무소 대표 대행은 "귈렌과 연계된 인물들이 다른 나라에서도 구금되고 추방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도 잇따라 성명을 내어 말레이시아의 귈렌 연계세력 추방을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추방된 인사들은 (터키 당국에 의해) 임의로 구금되거나 불공정한 재판, 고문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아시아 사무소 부대표인 필 로버츠슨은 "말레이시아의 이번 추방 조처는 명백한 국제 인권법 위반"이라고 질타했다.
터키에서는 지난해 쿠데타 시도 이후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돼 9개월째 유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약 4만7천명이 구금됐다.
국가비상사태로 터키 정부는 쿠데타 배후 세력과 테러리스트 수사를 명목으로 헌법, 법률에 구애받지 않고 칙령으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할 권한을 누린다.
터키 의회는 개헌 국민투표 이틀 뒤 국가비상사태를 오는 7월 19일까지 3개월 더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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