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정권 편향 수사' 논란 끝내야…"정치검사는 검찰의 적폐"
"또다른 '줄세우기' 돼선 곤란…검찰 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중요"
[※ 편집자 주 = 새 정부 출범 이후 검찰개혁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검찰개혁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습니다. 정부의 검찰개혁 구상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실현하자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수사권, 기소권과 헌법상 영장청구권까지 지닌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나누는 견제 장치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검찰 수사와 인사의 중립성·공정성은 철저히 보장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겠다는 것입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수사권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역할을 분담하고 권한을 넘기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이 핵심입니다. 연합뉴스는 검찰에 관해 제기된 여러 문제점과 주장을 살펴보고 새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방향과 실현 전망을 짚어보는 6건의 기획 기사를 차례로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검찰이 바로 서야 사법이, 국가가 바로 선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검찰이 집권 세력을 위해 칼을 휘둘러 온 악습을 끝내고, 검찰 권한을 오롯이 국민과 사회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쓰도록 시스템을 탈바꿈하는 게 골자다.
수사와 기소 및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이자 실체적 진실을 발견해 국가형벌권을 실현하는 준사법기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검찰의 공적 못지않게 폐해도 쌓여왔다.
검찰은 1948년 창설 이후 조직의 인적·물적 규모와 활동영역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뤘지만, 한편으로 검찰 권력의 비대화, 이에 따른 정치적 남용 가능성이 꾸준히 지적됐다.
특히 권위주의 정권 등을 거치면서 검찰은 권력기관의 이미지가 강해졌고 상명하복 문화, 폐쇄적인 엘리트주의 등은 검찰개혁을 가로막는 내부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외부적으로는 정권마다 인사권을 활용해 검찰을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했고, 검찰 역시 이에 맞춰 정치적 편향이 심해지는 복합 작용을 일으키면서 검찰을 향한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지난 수년 동안에도 검찰은 정치적 코드에 맞춰 수사 방향을 정하거나, 정권의 반대 세력을 억압하는 듯한 편향적 모습을 종종 보여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 일선에 섰던 검사들은 '정치검사'라는 일각의 비판에 상관없이 승진·전보 등 인사 수혜를 입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목한 '정윤회 문건 파동' 사건에 대한 지적도 이 같은 인식에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조 수석의 지적은 검찰이 2014년 말 불거진 문건 파동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이후 정국을 마비시킨 국정농단 사태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비판적 시각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검찰권의 오·남용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 동시에 검찰의 막강한 힘이 민주적인 통제 없이 행사되는 게 정당한지에 관한 의문을 불렀다. 새 정부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권한 분산,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뼈대로 하는 대대적 개혁을 추진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박근혜 정권 초반기 최대 위기였던 정윤회 문건 사건이 불거지자 대통령과 청와대는 거듭 '메시지'를 내놓았다. 박 전 대통령은 문건을 허위 사실이 담긴 '지라시'로 규정하고 문건 유출은 '국기 문란'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는 결국 검찰 수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아니냐는 비판이 줄곧 제기됐다.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해 결과를 내놓았지만, 외부의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일각에선 검찰이 '국정 농단'이란 본질 대신 유출 경위를 대대적으로 수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정권의 위기를 잠재우는 데 성공했지만,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드러날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비행을 포착해 수사했더라면 2년 후 정권 몰락을 가져오는 엄청난 사태로 악화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는 얘기다.
검찰은 그동안 정윤회 문건 조사 당시에는 최순실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오르거나 언급되지 않았으며 그 몇 달 뒤에서야 최씨 문제가 불거졌다는 입장이다. 당시 문건은 정윤회 씨가 서울 강남의 중국집에서 청와대 비서관 몇 명과 주기적으로 만나 국정을 논하면서 김기춘 비서실장을 내보내자는 논의를 했다는 취지였다는게 검찰 설명이다.문건에는 기호(※) 표시와 함께 '최태민의 5녀 최순실의 남편 정윤회'라고 기재돼 정씨와의 관계에 관해서만 설명이 있었을 뿐, 최씨에 대한 더이상의 언급은 없었다고 해명한다.
따라서 최씨 사태를 알면서도 덮었거나 소극적으로 수사했다는 주장 내지 지적은 몇 달 뒤 불거진 얘기를 가져와 앞의 사건에 대입해 설명하는 '사후 결과론적 논리'여서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근무했던 박관천 전 행정관(경정)이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로 최씨를 평가했을 정도였던 만큼 적극적인 수사가 있었다면 문제를 알 수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문건 유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박 전 행정관은 유출 문건 17건 중 1건만 유죄가 인정돼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함께 기소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1·2심 모두 무죄를 받았고 현재 국회의원이 됐다.
조국 수석도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문건 유출만 문제가 되고 문건에 담긴 '비선 실세' 의혹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과정을 '본말이 전도된 수사'로 보면서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후보를 겨냥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이른바 '사초(史草) 논란'에서 검찰이 집권 세력을 위한 칼을 휘둘렀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대화록 완성본이 국가정보원에 보관돼 있음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초 삭제'를 지시했다며 백종천 참여정부 외교안보실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미 여권은 정치적 이득을 톡톡히 본 이후였다.
18대 대선 기간 벌어진 '국정원 여직원 사건'도 마찬가지다. 대선개입 댓글을 달던 국정원 직원이 문을 잠그고 야당 의원들과 장시간 대치하자 당시 새누리당은 이를 '감금'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야당 의원 4명을 감금죄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국정원 요원들의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윤석열 특별수사팀은 팀장·부팀장이 교체되는 등 재편됐다.
검찰이 정권을 지키는 역할에 충실했다는 논란은 이명박 정권 때도 있었다. 2008년 참여정부가 임명한 KBS 정연주 사장을 찍어 내기 위해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가 무죄가 난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은폐·축소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한 MBC PD수첩에도 칼을 휘둘렀지만, 법원은 2011년 MBC의 명예훼손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검찰개혁 논의의 핵심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권력 남용 가능성을 없애자는 것으로 모인다. 다만 그 추진 과정이 검찰을 상대로 한 또 다른 '줄 세우기'나 '군기 잡기'가 돼선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과정이 합리적으로 정당한 절차에 따라 공감대 속에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총장 출신의 한 법조계 원로는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모든 것을 합리화하는 처사 역시 지나친 것 같다. 마치 검찰의 모든 역사를 부정하는 것처럼 몰아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중요한 것은 수사 및 기소, 공소 유지에 관한 검찰의 순기능을 인정하면서도 그 권한을 법치국가 원리에 맞게 민주적으로 통제해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임지봉 소장(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지난 수년간 정치검사들의 행태는 문재인 정부가 청산해야 할 검찰의 '적폐'"라며 "새 정부는 전 정권에서 어떤 검사들이 민정수석 등 정권 차원의 비정상적인 지시를 받고 행동에 옮겼는지 조사해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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