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평가로 보험사 보험부채 늘어나…한은 23조∼33조 추정
지급여력비율 하락 대비해 자본확충해야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보험업계의 가장 큰 화두인 새 회계기준(IFRS17)이 오는 19일 베일을 벗는다.
IFRS17가 적용되면 보험부채의 규모와 지급여력비율(RBC) 등이 달라져 보험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오는 19일 IFRS17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기준서를 발표한다.
2021년에 적용되는 IFRS17는 보험사가 보험부채(앞으로 고객에게 줘야 할 것으로 추정되는 보험금)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원가평가는 최초 보험계약을 맺은 시점에 해당 상품 설계대로 보험부채를 계산하는 방식이라면 시가평가는 매 결산 시기에 실제 위험률과 시장금리로 그 시점에서 보험부채를 다시 계산하는 방식이다.
원가평가와 시가평가에서 가장 큰 차이는 시가평가에서는 보험사가 제시한 예정이율이 아닌 시장금리를 적용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예정이율 10%로 2년 후에 121원을 주기로 하고서 보험료 100원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원가평가 방식에서 보험부채는 계약체결 1년 후에 110원이 된다. 2년 후 고객에게 줘야 할 121원을 10%로 할인한 액수다.
시가평가 방식에서는 이 할인율을 시장금리로 적용한다. 시장금리와 예정이율이 같다면 보험부채의 변동은 없지만 시장금리가 예정이율보다 낮아지면 문제가 생긴다. 보험부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계약체결 1년 후 금리가 5%로 떨어졌다면 보험부채는 121원에서 5%를 할인한 115원이 된다. 원가평가 방식에서 보험부채 110원에 견줘 5원이 늘었다.
보험부채는 앞으로 고객에게 줘야 하는 보험금이므로 IFRS17 체제에서는 보험사가 추가로 적립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
특히 과거 연 7% 이상 고금리로 팔았던 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이 큰 생명보험회사가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큰 타격을 받게 됐다.
2015년 6월 기준 생명보험회사의 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이 43%이고, 이중 금리가 5% 이상의 상품 비중이 31%에 달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 현재 생명보험사의 부채규모가 2021년까지 유지되고 할인율이 국고채 수익률(5년)에 유동성 프리미엄 등을 더한 수준이라고 가정할 경우 부채 증가 규모가 23조∼3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IFRS17는 보험사의 보험금 지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RBC에도 영향을 미친다.
RBC는 요구자본(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대손실예상액) 대비 가용자본(손실을 보전하는 데 동원할 수 있는 자본)의 비율로 계산된다.
가용자본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가치로 산출하는데 IFRS17에서 자산과 부채 모두를 시가평가로 하므로 저금리 기조가 2021년까지 지속하면 생명보험사의 가용자본이 줄어들 수 있다.
최근 들어 보험사가 유상증자나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권 발행 등으로 자본을 확충하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RBC 비율을 150% 이상 유지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면 상당 규모로 부채의 추가 적립이 필요하다"며 "고금리 확정형 보험상품의 판매 비중이 큰 생명보험사의 경우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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