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무릎관절질환에 관절경 수술은 "돈과 시간 낭비일 뿐"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정형외과 수술은 무엇일까?
14일 의약전문지 스태트뉴스 등에 따르면, 국제적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무릎 관절경 수술은 대체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일이며 퇴행성 관절 질환 환자에겐 거의 효과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캐나다 맥매스터대학 리드 시미니어크 교수를 비롯한 9개국 22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는 국제 의학학술지 BMJ에 이 같은 연구결과를 싣고 "거의 모든 퇴행성 관절 질환(DKD) 환자에게 관절경 수술을 하는 것에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권고했다.
이미 그동안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나왔다. 그럼에도 세계 곳곳에서 이 수술이 연간 200만 건 이상 이뤄지는 현실을 개선하고 의사와 환자, 보건당국에 도움이 될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이 국제위원회가 결성됐다.
위원회는 그동안의 관련 연구결과 가운데 업계 등과 금전적 관계가 없고 엄정한 국제적 연구기준에 따라 이뤄진 '신뢰도 있고 수준 높은' 것들을 가려냈다.
여기서 추려진 1천600여 명 대상의 임상시험 결과 13건과 연인원 180여만 명을 대상으로 관찰 연구한 논문 12건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위원회는 BMJ에 실은 이 논문에서 관절경 수술을 받은 퇴행성 관절질환 환자들에게 나타난 '장기적인 통증 및 기능 개선 효과'가 운동, 체중감량, 약물을 비롯한 비(非)침습적 치료를 받은 환자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수술에 따른 고통과 비용, 시간 등을 고려하면 환자와 국가 보건재정에 이익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해롭다는 것이다.
환자가 받을 이익이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이 수술이 성행하고, 일부 의료단체나 학회도 진료지침에 이런 연구결과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만 이 수술로 인한 비용이 연간 30억 달러(약 3조3900억 원)에 이른다.
위원회는 의사들이 이 수술을 권하고 시행해 금전적 이득을 얻는 데다 기존 비(非)수술방식 치료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이 이를 선택하는 것을 그 배경으로 들었다.
그러나 단지 의사와 병원이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만 보면 이처럼 성행하는 이유가 모두 설명되지 않는다면서 "많은 의사가 이 수술의 효과가 있다고 믿고 환자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의사들이 새롭고 신뢰할만한 과학과 의학적 발견들을 공부하고 진료에 반영하지 않는 일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고 위원회는 지적했다.
시미니어크 교수는 "물론 새 증거가 나온 이후 그 증거가 일선에서 실행돼 관행이 바뀌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린다"면서 "그러나 이 문제는 너무 오래 지체되고 있으며, 의료계가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정형외과학회(AAOS) 관계자는 이번 연구결과에 이에 바탕한 지침엔 폭넓게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모든 지침엔 예외가 있다고 스태트뉴스에 밝혔다.
이 학회 '연구 및 의료의 질 위원회' 데이비드 젭시버 위원장은 "환자들이 이 치료법을 항상 100% 부적절한 것으로 여기는 것은 잘못"이라며 "일부이지만 이 수술이 필요한 특정 환자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AAOS도 지침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그 내용은 일부 예외 조항을 빼고는 이번 BMJ에 실린 것과 많이 유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퇴행성 관절 질환 = 무릎 연골의 손상이나 퇴행성 변화 때문에 뼈와 인대 등에 손상이 생겨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관절 부위 염증성 질환 중 가장 흔하다.
40~50대 이후에 많이 나타나지만 30대에도 있다. 중년 이후엔 외부 충격에 의한 손상보다는 노화로 인한 신체기능 저하나 오래 써서 자연적으로 닳는 등의 퇴행성 원인이 대부분이다.
치료법으로 운동과 물리치료, 체중감량, 약물, 수술 등이 있다. 특히 작은 구멍을 내가느다란 내시경을 넣어 수술하는 관절경 수술의 경우 절개부위가 작고 상처 치유가 빠르다는 장점이 강조되고 있으나 비싸고 효과는 약물이나 운동요법과 마찬가지라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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