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北, '대화' 운 뗐지만…재개 조건 '3국3색'

입력 2017-05-13 15:31   수정 2017-05-13 15:37

韓·美·北, '대화' 운 뗐지만…재개 조건 '3국3색'

北최선희, 美에 "여건되면 대화"·韓에 "지켜보겠다"

트럼프, 韓에 "남북대화는 특정상황에서" 견제구

북핵 충돌-대화 기로에서 치열한 '기싸움'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김효정 기자 = '위기의 4월'을 넘긴 한국과 미국, 북한이 한국 새 정부출범 이후 대화 재개 문제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근 노르웨이에서 미국 전직 고위 인사들과 1.5트랙 협의(반관반민)를 진행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은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여건이 되면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책임 있는 북한 관리가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상황이 적절하면 영광스럽게 만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 발언과도 일면 비슷하게 들린다.

그러나 미국이 생각하는 '적절한 상황'과 북한이 생각하는 '여건'은 판이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트럼프 정부는 '북핵 문제의 진전'을 대화를 재개할 '적절한 상황'으로 보는 반면,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대화 재개를 위한 '여건'이라고 여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22일 노동신문 논평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조선적대시정책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 역시 미국과의 대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지난 시기처럼 탁상공론으로만 끝나는 대화, 반공화국 압살에 도용되는 대화는 백번, 천번 해도 필요없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립장"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북한 김인룡 유엔 주재 차석대사도 지난달 29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먼저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면 모든 해법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즉, 미국은 '북핵 문제에 성의를 보여라. 그러면 제재 철회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먼저 제재를 철회해라. 그러면 북핵 등에 대해 대화할 수 있다'며 팽팽하게 맞서 있는 셈이다.

한반도 정세가 충돌이냐, 대화냐의 중대 기로에 선 가운데, 일종의 탐색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미 양측이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화가 재개됐을 때 우위에 서기 위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대화 재개 조건에 대해 북미 쌍방의 생각이 다를 가능성이 상당히 커 대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북미 간 이런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역할을 할 수 있을 지도 관심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는 '남북대화와 북핵 6자회담의 선순환'을 강조하며 남북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 진전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는데, 문재인 정부도 이런 기조 아래 적극적으로 북미 간 중재 노력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인지 미국과 북한 모두 문재인 정부의 구체적 대북정책 방향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좀 더 열려 있다"며 "나는 대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지만, 특정한 상황(certain circumstances)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문 대통령이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취임사에서 밝힌지 이틀만에 나왔다.

이를 두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고강도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남북대화는 제재 기조를 흐트러트릴 수 있다는 '견제구'를 날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이 이날 문재인 정부에 대해 "지켜보겠다"고 말한 것도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미국과 북한 모두 문재인 정부의 구체적인 대북정책 방향이 드러나기를 기다리며 당분간 탐색전을 계속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한편에선 북한이 저강도 도발로 문재인 정부를 테스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당국자는 "박근혜 정부 당시 북한은 인수위 기간에 핵실험을 감행했다"면서 "지금은 미·중의 압박으로 고강도 도발은 어렵겠지만,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1차로 시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다음 달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북핵문제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어떻게 발언하는지 일단은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양국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면밀한 사전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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