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미 먹고 싶은데 1인분 안 팔아"…식당 냉대 서러운 혼밥족

입력 2017-05-16 06:30  

"별미 먹고 싶은데 1인분 안 팔아"…식당 냉대 서러운 혼밥족

"번거롭고 매상에 도움 안 돼"…식당들, 고기·찌개류 '혼족 사절'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전북 전주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박모(31)씨는 지난달 29일 휴가를 내고 경남 남해로 '혼여'(혼자하는 여행)를 떠났다.




여행 애호가인 박씨는 봄철 남해의 별미 멸치 쌈밥을 맛보고 싶었다.

박씨는 남해 일대 멸치 쌈밥집 7곳에 전화를 걸어 혼자 식사가 가능한지 물었다.

그러나 모든 식당에서 2인분부터 판매하며 1인분은 주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하는 수 없이 중국집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서울에서 회사에 다니는 김모(29)씨도 '혼자'란 이유로 식당에서 퇴짜를 맞았다.

김씨는 지난달 전주의 한 민물매운탕집을 찾았다. 메뉴판에는 1인분 가격이 쓰여있었지만, 주문은 2인분부터 가능했다. 서울에서 먼 길을 온 터라 2인분을 시켜서라도 김씨는 매운탕을 먹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식당은 생선 매운탕 특성상 기본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고 했다.

김씨는 "항의를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가게를 그냥 나왔다"면서 "식당에 빈자리가 많았는데도 1인 주문을 받지 않아 씁쓸했다"고 털어놨다.




혼술(혼자 마시는 술), 혼밥(혼자 먹는 밥), 혼여(혼자하는 여행), 혼영(혼자 보는 영화) 등 이른바 '혼족'들이 늘고 있다.

외식 또한 혼자 하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는데도 고기, 찌개류 등을 파는 일부 식당에서는 기본 2인분부터 주문을 받는다.

요식업계 관계자는 "끓이거나 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메뉴는 1인 주문을 받지 않는다"면서 "업주들은 단체 손님을 받아 매출을 더 올리고 싶어 한다"고 귀띔했다.

회사원 안모(30)씨는 "1인분 가격을 붙여 놓고 2인분부터 주문을 받는 것은 얄팍한 상술로 보인다"면서 "1인 소비문화가 확산하는 만큼 식당 주문도 트랜드에 맞게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1인 소비' 문화가 확산했다.

칸막이로 나뉜 테이블마다 혼자 라면을 즐기고, 1인용 화로에 고기를 구우며 '혼술'하는 직장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6년 외식소비 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대상자 3천여명 중 절반이 넘는 56.6%가 "혼자 외식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혼밥 경험자들의 월평균 혼밥 빈도는 6.5회로 나타났다. 1주일에 적어도 1번은 혼밥을 한다는 얘기다.

혼자 먹고 여행하고 노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사회·경제를 관통하는 추세로 자리 잡았다.

최재철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부 교수는 "혼족이 일상이 된 일본에서는 거의 모든 식당에 1인 좌석이 있다"면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 트렌드의 변화라는 점에서 우리도 1인 문화를 존중하고, 인정해줘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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