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어떻게 이슬람은 서구의 적이 되었는가'·'이슬람의 시간'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2001년 9.11 테러부터 2015년 파리 총기 테러, 최근 런던 차량 테러에 이르기까지 21세기 들어 극심해진 테러리즘의 원인을 종교적(이슬람교-기독교) 갈등에서 찾으려는 시각이 많다.
미국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이 제기한 '문명충돌론'이 이 같은 시각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이론이다. 헌팅턴은 1996년 저서 '문명의 충돌'에서 일련의 분쟁이 서구 문명이 구축한 인권, 민주주의와 같은 지배적인 세계 질서를 이슬람 문명이 거부하는 데서 빚어진 것으로 파악했다.
신간 '어떻게 이슬람은 서구의 적이 되었는가'(시그마북스 펴냄)는 9.11 테러 이후 일반인은 물론 학자들 사이에서도 서구와 무슬림(이슬람교도) 사회의 분쟁을 설명하는 프레임으로 자리 잡은 문명충돌론이 잘못된 역사·현실 인식에 근거해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 같은 인식이 서구와 무슬림 사회의 분쟁과 갈등을 숙명적인 것으로 여기게 함으로써 올바른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차단한다는 데 있다.
책은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보코하람과 같은 극단적인 무슬림 테러조직들의 서구에 대한 적대감과 폭력의 근본 원인이 종교가 아니라 정치에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이자 명망 있는 이슬람학자인 타마라 손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석좌교수는 "종교는 갈등의 근원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16억 명으로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전체 무슬림 가운데 테러리즘에 동조하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대다수의 주류 무슬림은 서구인들 못지않게 테러리즘을 비난하고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고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삼는 테러리즘은 이슬람 율법에서도 명백히 금지하는 중범죄라고 설명한다.
분쟁이 종교 때문이라는 인식은 무엇보다 이슬람교를 분노와 증오를 조직화하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테러조직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이슬람교를 모욕함으로써 전체 무슬림을 적으로 돌리려는 일부 서구인들의 맹목적인 대응과 미국, 유럽의 부적절한 정치·군사적 개입이 테러주의자들에게 활동할 공간을 열어주고 있다고 책은 지적한다. 김문주 옮김. 164쪽. 1만2천원.
이번에 함께 국내 번역·출간된 타마라 손 교수의 또 다른 저서인 '이슬람의 시간'(시그마북스 펴냄)은 이슬람의 역사, 종교, 정치를 조망함으로써 극단주의 세력과 테러리즘의 배경을 심도 있게 분석한다.
현재 맹위를 떨치는 IS를 잉태한 건 2003년 이라크 전쟁이지만, 그 앞에는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9.11 테러, 1991년 걸프전,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 1979년 이란 혁명 등 수많은 사건이 인과관계를 맺고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 서구 열강들이 아랍 민족과 맺은 독립 약속을 저버리고 아랍영토 분할을 모의한 1916년 사이크스피코 협정을 오늘날 서구와 무슬림 사회의 갈등의 뿌리로 보는 학자들도 많다.
중세 오스만제국과 무굴제국을 건설한 무슬림 세계는 20세기 들어 유럽 식민주의의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근대적인 정치·경제적 개혁 시도는 좌절됐고 독립한 뒤에도 서구와 결탁한 독재정권에 의해 민주화는 유예됐으며, 대다수 무슬림들은 극심한 가난 속에 방치됐다.
이처럼 지속되는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실패, 거듭되는 전쟁이 가공할 극단주의 세력을 낳았지만, 전운 속에서도 무슬림 내부의 민주화 운동은 계속 자라나고 있다고 책은 지적한다.
저자는 "오늘날 무슬림 세계 곳곳에서 발작적으로 터져 나오는 끔찍한 폭력사태는 일련의 시민투쟁과 정치투쟁, 그리고 인권투쟁에서 비롯된 비극적인 부산물"이라고 말한다. 서종민 옮김. 376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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