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재조사로 가나…검찰 수사는 비선개입 못 밝혀(종합)

입력 2017-05-14 21:40  

'정윤회 문건' 재조사로 가나…검찰 수사는 비선개입 못 밝혀(종합)

문건유출에 수사력 집중해 박관천·조응천 기소…대부분 무죄

조국 "前정부 민정수석실이 왜 정윤회 건 덮었는지 규명해야"

우병우 수사 이어질지 주목…檢 "당시 국정개입 증거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임기창 기자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2014년 말 불거진 정윤회 문건 파문을 진상규명이 필요한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관련 의혹 재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윤회 문건 파문은 정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중에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등 청와대 인사들과 수시로 만나 청와대나 정부 동향을 파악했다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의 조사 보고서를 2014년 11월 세계일보가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한 달 남짓 수사를 벌인 검찰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전 경정을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정 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추단할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으며 특히 정윤회 문건의 내용이 "풍문과 정보를 빌미로 과장·짜깁기하고 정윤회의 언동인 것처럼 덧씌워 사실과 다르게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규정했다.

1심 재판에서 조 전 비서관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 전 경정에게는 문건 17개 중 1개의 유출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고 별개의 사건인 뇌물 수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7년과 뇌물로 받은 금괴 5개 몰수, 추징금 4천340만원이 선고됐다.

박 전 경정과 검찰이 항소했고 2심에서는 조 전 비서관 무죄, 박 전 경정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박 전 경정의 뇌물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 판결이 내려졌고 '정윤회 문건'으로 지목된 17개 문서 가운데 1건의 유출만 유죄로 인정됐다.


조 수석은 당시의 조사·수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파헤쳐야 할 비선개입 의혹은 덮었고 비선 실세를 포착한 박 전 경정을 구속하고 조 전 비서관을 공직에서 몰아내는 '적반하장'의 결과를 낳았다고 규정했다.

그는 그때 제대로 조사했다면 최순실의 존재가 드러났을 것인데 그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민정(수석실)의 업무·조사와 검찰의 수사가 매우 편파적이고 불공정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조 수석은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이전 정부의 민정에서 왜 정윤회 건을 그렇게 덮었는지, 왜곡했는지를 우리(현 민정수석실)가 조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정수석실 자체 조사로 범죄 혐의가 드러난 경우 이를 검찰에 넘기는 형식을 취하게 될 것이며 자신이 검찰 수사를 지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 수석은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와 검찰의 후속 수사 등으로 드러난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혐의 등에 비춰볼 때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부터 민정수석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당시 민정수석실 업무를 조사·점검해 일련의 의혹이 규명되는 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2014년 5월부터 민정비서관으로 활동하다 이후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

따라서 그의 직무 수행이 적법했는지도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검찰은 적어도 당시를 기준으로 할 때 수사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정윤회 문건 가운데 최순실 씨가 언급된 곳은 두 군데 있으나 최 씨의 구체적인 비리나 국정개입에 관한 부분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을 14일 밝혔다.

검찰은 당시 수사대상이었던 2쪽 분량의 소위 '정윤회 동향 문건' 중 최순실이 언급된 대목은 "정윤회(58세, 고 최태민 목사의 5녀 최순실의 夫, '98년∼'04년 VIP 보좌관)", "정윤회는 한때 부인 최순실과의 관계 악화로 별거하였지만 최근 제3자의 시선을 의식, 동일 가옥에 거주하면서 '각방'을 사용하고 있다고 함"이라는 두 대목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또 "문건의 유출 경위뿐만 아니라 정윤회의 국정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했으나 이를 인정할 증거는 없었으며, 최순실의 국정개입 범죄를 수사할 만한 구체적인 단서나 비리에 관한 증거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 씨의 사적인 이익 추구 범죄는 대부분 정윤회 문건 수사 이후인 2015년 7월 이후에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 경정은 검찰의 이런 설명을 수긍하지 않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2014년 1월에 작성된 문건에도 최순실의 행태가 일부 언급돼 있었고 2015년에 제가 구속 중에 한 말도 언론에 보도됐다"며 "국민께서 상식적으로 판단할 문제지만 몰랐다고 한다면 그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우리나라의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이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얘기했으며 이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검찰은 당시 박 전 경정이 구체적인 근거나 단서를 제시하거나 물증을 내놓은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 전 경정은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민정수석실로부터 정윤회 문건 조사와 관련해 연락을 받은 바 없다면서 "새로운 정부의 민정수석실에서 한다고 했으니 지켜봐야 한다"며 언급을 자제하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2014년 수사 당시 박관천 전 경정이 조사 중 휴식시간에 '권력 서열 1·2·3위' 언급을 한 바 있으나 아무런 근거나 출처가 없는 내용이어서 수사단서로 삼을 성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또 그가 작성했다는 '권력 서열' 문건이 작년 11월 언론에 공개됐지만, 그 문건은 2014년 수사팀에 제출된 바 없을 뿐만 아니라 이 내용 역시 구체적 사실이 없어 수사단서라고 할 수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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