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촌 제외한 서울광장 77%에 잔디 심어…"자진철거 요청 계속"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겨울이 가고 봄이 절정을 맞았지만, 서울광장은 지난 겨울 설치된 불법 텐트촌으로 푸른 광장의 모습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불법 텐트촌을 제외한 광장에 잔디 심기를 시작하면서 텐트촌 맨땅 바닥과 푸른 잔디가 극한 대비를 보이는 형편이다.
서울광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 등 보수단체가 1월 21일부터 불법 점거하고 있다. 벌써 115일째다.
이들 단체는 서울광장 중앙에 대형텐트 40여 동을 설치하고 탄핵 반대를 주장해오다 3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후 탄핵 기각에서 무효로 주장을 바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봄을 맞아 광장에 잔디를 심으려는 서울시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3월 1일 잔디 심기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한 달이 지난 지난달 12일부터 불법 텐트촌을 제외한 지역에 잔디 심기에 나섰다.
시는 처음에는 광장 일부에만 잔디를 심는 것에 부정적이었지만, 광장이 맨땅인 채 흙먼지를 날리고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을 최소화하겠다며 부분적으로라도 잔디를 심기로 했다.
먼저 서울도서관 쪽 빈 부분의 폐 잔디를 걷어내고 전체 광장의 3분의 1 정도 되는 면적에 잔디를 심었다. 이달 13일까지는 광장 중앙통로 부분 등으로 잔디 심기를 확대했다.
이날까지 플라자호텔 방면 광장까지 잔디 심기를 마치면 전체 광장의 77% 정도까지 잔디 심기를 완료하게 된다.
잔디 심기로 서울시청 방향에서 광장을 보면 제법 푸른 잔디가 광장을 덮고 있는 모습이지만, 플라자호텔 쪽에서 보면 여전히 텐트촌과 함께 황량한 겨울 분위기가 난다.
시는 날씨가 따뜻해지고 각종 행사가 예정된 서울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려 탄기국 측에 텐트촌 철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들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텐트촌이 들어선 1월 이후 서울광장에 예정된 행사 약 30건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지난달 지구의 날 캠페인(21일)과 부활절 연합예배(16일)를 비롯해 봄꽃나무 나눔시장(9∼15일), 지구의 날 캠페인(21∼22일) 등이 취소됐고, 이달 사람 사는 세상 문화제(16∼21일)와 놀라운 토요일 서울엑스포(16∼21일), 청년콘서트(22∼27일) 등이 열리지 못했다.
유엔 난민기구 캠페인(3월28일∼4월2일), 서울 꽃으로 피다 캠페인(4월20∼21일), 취업 취약계층 일자리 박람회(4월27일), 지구촌 나눔 한마당(5월4∼7일) 등은 일정이 연기되거나 변경됐다.
서울시는 시민 불편이 이어지자 불법 텐트촌을 설치한 탄기국 측에 지속적으로 자진철거를 설득하면서 변상금 4천1만6천원을 부과하는 등 강온 양면 대응을 하고 있다.
또 집시법 위반과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관계자 7명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고발했다.
이달에도 추가로 변상금 1천200여만원을 부과하는 등 압박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강제철거 카드는 꺼내지 않으며 물리적 충돌은 피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행정대집행 등 강제철거에 나설 수 있지만, 국민 통합 차원에서 강제적인 방법보다는 계속 자진철거를 유도하는 중"이라며 "하루빨리 푸른 잔디 위에서 시민이 봄을 즐길 수 있도록 불법행위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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