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재앙" 비상사태 선포하며 국제사회 지원 요청
(테헤란·서울=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장재은 기자 = 2년여에 걸친 내전으로 폐허가 된 예멘에 콜레라가 덮쳐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예멘에 창궐한 콜레라로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예멘 전역에 걸쳐 115명이 죽고 8천500여명이 감염됐다고 밝혔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7일까지 34명이 콜레라로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단 일주일만에 사망자가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의료시설이 부족해 감염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없는 데다 의약품이 부족하고 위생 체계도 사실상 전쟁으로 붕괴해 사망자가 더 증가할 전망이다.
사나에 파견된 국제적십자위원회 도미니크 스탈하르트 국장은 "콜레라 전염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감염자가 지난주까지 10개 주(州) 2천300명에서 한 주 만에 12개 주 8천500여명으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예멘에선 지난해 여름 콜라레가 한 차례 발생했었다.
스탈하르트 국장은 "침대 하나에 환자 4명이 치료받고 있다"며 "병원 마당과 차 안에서 수액을 맞는 환자도 있을 정도로 의료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WHO는 콜레라에 감염될 위험에 노출된 이들 지역의 주민이 76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예멘 정부는 이 같은 재난 앞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구했다.
예멘 보건부는 "콜레라와 싸우고 전례 없는 재앙을 피할 수 있도록 인도주의 기구나 다른 원조 주체들이 도움을 달라"고 촉구했다.
2015년 3월 말 예멘 내전이 본격화한 이래 8천여명이 숨졌다.
유엔에 따르면 예멘 국민의 3분의 2인 1천700만명이 영양실조 상태로 긴급구호가 필요한 위기에 처했다.
예멘 국영 사바통신에 따르면 내전으로 피란민 수백만명이 발생하면서 보건 체계가 질병에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퇴보했다.
유엔은 예멘의 의료시설 가운데 극소수만 운영되고 있으며 인구의 3분의 2는 안전한 식수에조차 접근하지 못하는 처지라고 밝혔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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