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무보기·드라이버로 세컨샷 '강심장' 김시우(종합)

입력 2017-05-15 18:11  

마지막날 무보기·드라이버로 세컨샷 '강심장' 김시우(종합)

7번홀 7m 60cm·9번홀 5m 50cm 버디 퍼팅 결정적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김시우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5의 메이저 대회를 거머쥘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강심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시우는 15일(한국시간)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마지막 날에서 참가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보기가 없는 플레이를 펼치는 진기록을 썼다.

만 21살의 나이에 마지막 라운드가 주는 압박감을 거뜬히 이겨낸 것이다.

그것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파72)라고 하는 절대 만만치 않은 코스에서다.

이번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보기 없는 플레이는 김시우가 유일하다.

공동 선두였던 J.B 홈스(미국)는 무려 12오버파를 치며 일찌감치 나가떨어졌고, 카일 스탠리(미국)도 3오버파로 처졌다.

마스터스 우승자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도 6오버파를 치면서 공동 7위에서 공동 30위까지 떨어진 마지막 날이다.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이 이날 하루에만 4타를 줄였지만, 보기도 2개가 있었다.

이날 홈스와 스탠리에 두 타 뒤진 4위로 출발한 김시우는 버디만 3개를 잡아냈다. 후반 9개 홀은 모두 파로 마쳤다.

겁없는 21살의 김시우는 1번(파4) 홀부터 버디를 낚았다.

마지막 조의 홈스와 스탠리가 각각 보기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3위로 출발한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이 2번 홀(파5)에서 1타를 줄이며 선두로 올라섰으나, 4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하며 순위가 떨어졌다.

우승권의 선수들이 헛발질하는 가운데 김시우는 흔들림이 없었다.

김시우의 우승은 7번홀(파4)에서 예감됐다. 두 번째 샷은 그린에 올라왔다.

홀까지는 약 7m 60cm, 버디 하기에는 쉽지 않은 거리였다.

그러나 김시우가 퍼팅한 공은 왼쪽으로 포물선을 그린 뒤 홀 오른쪽 끝에 걸치는가 싶더니 힘을 잃고 쏙 들어갔다.

김시우가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김시우는 버디를 확인하자, 주먹을 불끈 쥐고 펌프질 세리머니를 하며 기뻐했다.

8번 홀이 지나고 파5 9번 홀에서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세 번째 샷이 홀 약 5m 50cm 거리에 떨어졌다. 역시 쉽지 않은 거리였다.

퍼팅 라인도 약간 내리막으로 까다로웠다. 김시우는 그러나 정확히 퍼팅 라인을 읽었고, 공은 제자리라도 찾아가듯 홀로 빠져들었다.

김시우는 다시 한 번 주먹을 불끈 쥐었다.

2위와 격차를 두 타 차로 벌이는 순간이었다.

김시우는 후반 들어 욕심을 부리지 않고 안정적인 플레이로 임했다.

악몽의 홀이라 불리는 파3 17번 홀, 워터해저드로 티샷한 공이 들어가면 승부는 알 수 없었다.

김시우는 침착하게 티샷을 그린 위에 올린 뒤 파로 막으면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사상 최연소 우승을 향해 진격했다.

김시우에게 위기도 있었다.

특히, 3라운드 14번 홀(파4)에서 그랬다.

김시우는 이 홀에서 티샷이 우측으로 밀리면서 카트 도로 위에 공이 떨어졌다.

무벌타 드롭으로 공은 러프에 놓였다.

핀까지는 약 270야드가 남았고, 두 번째 샷 만에 그린에 올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시우는 이 위기의 상황에서 다시 드라이버를 꺼내 들었다. 두 번째 샷을 드라이버로 치는 건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러프에서 친 드라이버 샷은 그린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린 위에 올라갔다.

갤러리들의 탄성이 절로 나왔다.

김시우는 두 번의 퍼트로 파를 지키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taejong7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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